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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4. 2017

15. <단순함의 즐거움> 2/3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단순함의 즐거움> 두 번째 연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면 벽장, 서랍, 옷장, 주방 곳곳에 쌓여 있는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다락과 창고에도 물건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리정돈은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정리정돈은 우리가 천천히 신중하게 노력해야 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집이나 아파트에 이사 오던 날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빈방을 걸어 다니며 이 공간에 어떤 삶이 펼쳐질까 상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등교준비를 돕거나, 손님들을 재우거나, 집들이를 위해 공간을 단장해야 했다. 될 수 있으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물건을 빨리 치워야 했고, 물건 각각이 가진 가치를 평가할 시간이 없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장소에서 모든 물건을 다 꺼내야 한다. 서랍이라면 아래위로 뒤집어서 내용물을 다 쏟아내면 된다. 벽장이라면 선반만 남을 때까지 물건을 비워낸다. 방 전체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은 더 어렵다. 방에서 꺼낸 물건을 놓아둘 다른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공간을 완전히 비우는 것은 결코 대충할 수 없는 중요한 작업이다. 우리는 특정한 물건을 특정한 장소에서 보는 데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마치 그 물건들이 그곳에 있어야 할 권리라도 있는 것처럼 여긴다. 거실 구석에 항상 놓여 있던 것 같은 고장 난 의자는 그 공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단 꺼내서 뒷마당에 꺼내놓고 햇빛 아래에서 보면 갑자기 망가진 낡은 의자에 불과해 보인다. 그 물건을 누가 집으로 가져가고 싶겠는가?
     
잡동사니를 제거할 때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기보다 무엇을 간직할지 결정한다면 작업은 확실히 더 쉬워진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당신은 진정으로 아끼고 필요로 하는 물건을 고르는 작업에 재미를 느낄 것이다.
     
미술관의 큐레이터는 텅 빈 갤러리에서 작업을 시작해 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할 최고의 작품들을 선택한다. 다시 시작하기는 우리를 가정의 큐레이터로 만들어준다. 우리는 어떤 물건이 우리 삶의 가치를 향상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 물건만을 우리의 공간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그 물건들은 당신에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가지고 가볍고 우아하게 살고 있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준비가 되셨나요? 그러면 다음은 버릴 것, 소중한 것, 넘겨줄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크고 튼튼한 쓰레기봉투를 준비하는 일도 잊지 마세요. 무엇보다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물건으로부터 공간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기쁨이 된다는 것을.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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