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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17. 2017

00. <그때 당신이 거기에 있었다> 연재 예고

<그때 당신이 거기에 있었다>

인생길 위에서 찾은 불빛들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인상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고 일부 모습만 기억나는 사람도 있다. 불과 몇 분밖에 만나지 못한 사람, 몇 년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항상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바로 그들에 관한 것이다.

몇 년 전 우한화중사범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내 순서가 끝나자 사회자에게 계속 진행을 맡기고 조용히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나중에 사회자에게 들으니, 한 여학생이 나를 찾아왔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회자분이라도 대신 한 번 안아볼 수 있을까요?”

사회자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여학생은 이렇게 대답했다.

“두 분이 오늘 무대에서 보여주신 모습에 제가 정말 많은 힘을 얻었어요. 그 기운을 더 많이 받아 저도 두 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래요.”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황당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상대방과 포옹한다고 해서 과연 그 사람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여학생의 말을 전해 듣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창저우(常州)강연에서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수줍게 손을 들고 질문했었다.

“저는 직업전문학교 출신인데 공부를 잘 못했어요. 선생님은 저희 엄마에게 졸업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테니 좋은 곳에 시집이나 보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집에서도 저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어느 날 큰 병에 걸려서 거의 반년을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지냈어요. 그때 작가님의 책을 읽었고, 인생은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병이 나은 뒤 저는 조리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리고 다시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땄지요. 오늘 이 자리에서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무대 위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녀의 용기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내가 그런 큰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동료에게 했더니 그가 말했다.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서 변하는 데는 상대방이 얼마나 훌륭한지와 상관없어. 그 사람이 어떤 점을 받아들이고 바뀌려고 노력했느냐는 것이 중요한 거야.”

이런 일도 있었다. 4년 전, 창사(長沙)에 이틀 동안 출장을 간 적이 있는 데, 그때 후난(湖南)대학교에 입학한 여학생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자기네 학교에 와서 학생들과 만나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게 했다.

그 후로 일 년이 흘렀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나를 학교로 초청했다.

4년째 되던 해 나는 영화 홍보차 후난에 갔다가 그녀로부터 또 한 번 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알리바바의 e북 부문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후배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나에게 학교에 한 번 더 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녀의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때까지 그녀와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게 생각나서, 나는 행사가 끝나고 스태프에게 혹시 그녀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때 멀리서 긴 코트를 입은 여학생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그녀는 예전에 메일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첫해에 메일을 통해 이루어진 만남은 제게 큰 감동을 줬어요. 작가님이 보여준 선의는 이후 대학생활에도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마치 안개가 자욱한 새벽길을 걷는데 저 멀리서 안개를 뚫고 다가오는 차의 불빛을 본 순간처럼 놀랍고 반가웠어요.’

누군가 나로 인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한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다.

또 한 사람 기억에 남는 이는 샤오창이다.

나는 샤오창을 처음 만났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날 샤오창은 커다란 가방을 메고 짐이 든 상자를 든 채 무작정 회사 로비로 걸어 들어왔다. 원래 면접은 사전에 인사팀과 약속이 된 사람들만 볼 수 있었는데 마침 인사팀 동료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더니 1차 면접 기회를 얻었다.

샤오창에게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가방 속에서 여러 카메라 장비를 꺼내 보여주었고, 컴퓨터에 깔끔하게 정리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평소에 글도 쓰냐고 묻고는 다음에 원고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바로 상자에서 두꺼운 원고 뭉치를 꺼냈다.

나는 이 친구와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가 특별히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었지만 준비성 하나는 정말 철저했기 때문이다. 내가 촬영 현장에서 밥을 해달라고 얘기하면 그 자리에서 재료와 버너를 꺼내 요리를 해줄 것만 같았다.

몇 년 동안 샤오창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혹 그가 실수를 저지를 때면 나는 엄격하게 그를 나무랐다. 나는 젊은 나이일수록 실수도 많이 저질러보고 혼도 나 봐야 나중에 무슨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어렵고, 고통스럽고, 때로는 억울한 순간들을 겪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고 인내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남은 길 위에 수많은 기회가 남아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종종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겁내지 않는다. 이 순간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엄청난 재능과 부를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매일 자신의 노력으로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 빛에서 작은 행복을 찾았듯 인생의 길고 긴 길 위에서 작은 불빛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작은 불빛들이 한데 모이면 우리 인생을 밝게 비출 수 있을 것이다.

빛을 갈망하는 사람은 긍정적이다. 빛을 찾은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그 빛을 나누어 준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 나는 우리가 남은 인생의 길 위에서 빛을 밝히고 빛을 향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 류통

저자 류통(刘同)은 후난사범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청년 작가이자 현 광시엔미디어(光線影業) 부총재다. 주요 저서로는 『누구의 청춘인들 막막하지 않으랴(誰的靑春不迷茫)』, 『당신의 고독은 아름답다(你的孤獨, 雖敗猶榮)』 등이 있다. 그는 청춘서적 베스트셀러 신기록을 달성했고 ‘중국이 주목하는 차세대 위원회’에서 청년들의 롤모델로 선정되었다.




[연재 목차 및 일정]

01. 그 시절, 우리가 동경했던 그
02. 우리는 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03.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04. 작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05. 바보 같은 그 사람
06. 돈이 많아야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어.
07. 쏟아지는 비에 옷이 흠뻑 젖었을 때 
08. 내 인생에 우산이 되어준 사람
09.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
10. 언제나 같은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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