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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20. 2017

04. 대리양육자 세팅은 빠를수록 좋다.

<일하는 엄마, 육아휴직 일 년>

성공적인 복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뭘까?

이런 화두로 친하게 지내는 동네 워킹맘 모임의 멤버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모임에 나온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돈과 훌륭한 아줌마” 혹은 “돈과 친정엄마”라는 답이다. 한바탕 웃고 넘어간 이야기이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 말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틀림없는 사실이다.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후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장 신생아와 합을 맞추기 위한 물리적인 힘은 들더라도, 복귀 후에 대한 걱정은 먼 미래처럼 느껴져 마음에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육아휴직에 돌입한 직후라 하더라도 당장 다음 달, 아니 다음 주에라도 복직할 수 있다는 각오를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기치 못한 결원이 생기거나, 갑작스러운 신규 프로젝트가 생기는 등 회사인력 계획에 대한 사정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종종 자신의 복직 계획과는 상관없이 좀 더 빨리 복귀를 원한다는 연락이 오는 경우도 많다. 물론 법적으로는 일 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지금 복귀를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유리한 일일 수도 있고, 또 거부했을 경우 자신의 커리어에 큰 지장이 올 수 있다면, 미리 준비하고 있어서 그 비상사태에 좀 더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는 엄마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소프트 랜딩이 가능한, 다시 말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쉬운 부서로 발령받는 것이 아니던가. 복직 시기를 잘 잡게 되면 이른바 이러한 ‘꿀 발령’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탐날 정도로 좋은 자리를 제안받는다 하더라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전혀 복직을 생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다음 주부터 회사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엄마, 다음 주부터 회사에 복귀해야 하니까 엄마가 아이 좀 맡아주세요.”라고 친정엄마한테 SOS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친정과 가까이 사는 경우도 흔치 않고, 또 거리는 가까워도 당장 대기했다는 듯이 친정엄마가 주 양육자로 투입될 수 있는 상황도 그리 많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조건에 맞는 좋은 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단순히 준비가 안 되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제안받은 좋은 복직의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갑작스레 걸려온 복직 권유 전화에 대해서, 복직 예정자들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얘기는 “애 봐줄 사람이 없어서 당장은 못 나가요.”라는 말이다. 믿을 만한 사람을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엄마의 마음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려면 아이도 새로운 적응 준비가 필요하고, 엄마인 자신의 마음도 재정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갑자기 되지는 않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복직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대리양육자를 완벽하게 세팅해놓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우선 내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지 결정하고(예를 들어, 가능한 선택지에는 ‘도우미
아주머니, 양가 부모님, 혹은 어린이집’ 등이 있다), 언제부터 적응 준비를 할지 생각해서 실행에 옮기는 게 좋다. 아무리 완벽한 도우미 아주머니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엄마와 바톤 터치를 하게 되면 아이도 낯선 환경에 무척 힘들어 할 것이고, 아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육아를 전담하게 된 도우미 아주머니의 입장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이런 경우엔 당분간 많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최악의 경우, 복직 직후에 안 그래도 어수선한 때에 양육자를 여러 번 바꿔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육아휴직을 시작하자마자 대리양육자를 구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복직 날짜를 결정해두면 별 변화 없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조직에 있는 분들이라면 좀 더 여유를 두고 구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에는 인사 변화가 잦고, 갑작스러운 조직 변화에 따른 좋은 발령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 유비무환의 자세히 임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복직하는 날짜에 딱 맞추기보다는 복직일을 기준으로 최소 한 달 전까지는 대리양육자를 구한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면 가장 현실적이고 좋다. 또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도우미 구하기는 일찍 시작할수록 더 좋다. 도우미 구하기를 일찍부터 시작하고 도우미와 한두 달 함께 지내다 보면 아이도 수월하게 새로운 양육자에 적응할 수 있고, 엄마도 어느 시점에 ‘이 정도면 아이를 놓고 회사에 다녀와도 되겠다.’라는 마음의 준비가 더 잘될 수 있다.

물론 복직일 전부터 미리 지출해야 하는 도우미 비용(양육비)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성공적인 복직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면 위안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엄마도 좀 더 쉴 수 있고, 그 시간만큼 복직 직전 엄마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도우미 아주머니 대신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기로 한 경우에도, 복직일 이전부터 미리미리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늘려 서로 힘들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이런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회사에 나간 뒤에 더 수월해진다. 부모님께도 오히려 나중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음을 언급해드리면 아마도 미리 적응하는 연습에 흔쾌히 협조해주실 것이다. 부모님에게 금전적으로 서운하지 않게 해드리는 것은 당연한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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