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Feb 23. 2017

04.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도널드 프럼프의 빅뱅>

‘다시 이기기 위해’나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그리고 이 책 2장에서 소개될 절들은 《불구가 된 미국》의 소목차다. 이것들을 소개한 이유는 간단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얼마나 전략적인 사람인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는 타고난 전략가이자 수완가다.


2016년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극히 상업적으로 접근했다. 대통령 선거도 거래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국민에게 무엇을 제공하면 표심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결론은 절망과 분노로 호객한 뒤, 가능성과 희망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독자들은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더러운 표정을 한 사진을 실었는지 궁금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는 믿어야 한다’에서 미국이 맞이한 현실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금 기쁜 상황이 아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라고 설명한다.


이 상황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단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구가 된 미국》이라는 책 겉표지에서 한판 하러 나온 사람처럼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상대를 노려보고 있다. 자신의 말마따나 도널드 트럼프는 행복하고 만족할 줄 알며, 아주 좋은 사람이다. 그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출사표를 던지면서 오만상을 찌푸린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미국이 못살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불구가 된 미국》의 겉표지를 본 독자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왜 인상을 쓰고 있지?”라고 의문을 던지면, 도널드 트럼프는 대답한다. 물론 그 대답은 독자들에게 하는 대답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하는 말이다.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 대답은 세 종류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다.


첫째이 대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의 여론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속마음을 헤아리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래서 미국 국민이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런데 지금 미국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5%미만이라는 실업률 수치에 만족하지 마라. 5%라는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이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들으라고 한 말이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의 실업률은 최근 50년간 최악에 이르렀다. 실업률이 3%를 넘었던 적은 닉슨-포드 행정부 시절(1968~1976년)의 4.1%밖에 없다. 나머지 정부는 대부분 2%미만을 기록했고, 카터와 레이건, 부시 행정부는 모두 마이너스 실업률이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실업률이 5%라는 언론 보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수준으로 경제 운용이 행해졌다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대신,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둘러대는 것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구가 된 미국》에서 미국 경제가 나빠진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양산하는 이민 정책,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경쟁국들을 압박하는 경제 정책 포기, 대안 없이 무조건 환경부터 생각하는 빈약한 에너지 정책, 밑 빠진 독에 혈세만 퍼붓는 의료보험, 일자리도 못 만들면서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어리석은 리더십, 엄청나게 부도덕한 언론이 만들어내는 부정직한 보도, 중산층의 의욕을 꺾는 불공정한 개인소득세율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재정 낭비 등을 꼽고 있다. 대부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정책들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놓고 버락 오바마를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8년간, 길게는 조지 W. 부시 정권 8년까지 포함해서 지난 16년간, 미국은 국민이 자부심을 지닐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나라가 되었다고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만국 평화도 좋고, 파리 기후 협약도 좋고, 의료보험도 좋고, 인권 보호도 좋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였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라고 말한다.


둘째,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는 도널드 트럼프가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도널드 트럼프의 창의적 작품이 아니다. 이 말은 1992년 제42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빌 클린턴의 선거 구호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빌 클린턴이 한 말을 빌려 힐러리 클린턴에게 한 방 먹인 것이다.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그리고 이 말은 당신 남편이 했어.”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은 재임 중이던 조지 H.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 문제에 관한 도전장을 내밀며 민생 경제를 거론했다. 로널드 레이건 재임 8년과 조지 H. 부시 재임 4년, 도합 12년이라는 공화당 통치 기간 동안 미국 경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로널드 레이건 시대에 미국의 국가 부채는 3배나 늘었고, 조지 H. 부시 시대에는 하락 실업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경제에 위기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 시절, 미국 경제는 악화될 이유가 있었다. 동구권과 구소련이 무너지는 냉전체제의 끝자락이었고, 미국은 체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스타워즈’ 같은 방위 전략도 등장했고, 전략적 요충지에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원해야 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로널드 레이건 시대에는 국가 부채는 늘었어도 실업률은 오히려 마이너스 1.6%까지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로널드 레이건 시대의 부채는 조지 H. 부시의 발목을 잡았다. 조지 H. 부시는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의 실책으로 어부지리로 당선되었지만 경제 회복 능력을 지니지는 못 했다. 레이건 정부 시절 마이너스 1.6%였던 실업률은 조지 H. 부시 정부 시절에 2%로 뛰어올랐다. 바로 그때, 민주당 대통령 후보 빌 클린턴은 당시로서는 파격인 ‘멍청아(stupid)’라는 표현을 써서 조지 H. 부시 대통령을 공격했고, 제42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라는 말로 힐러리 클린턴에게 핀잔을 주었다. ‘당신 남편이 한 말이야.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제일 먼저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알기나 해?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라고 한 방 먹인 것이다. 물론 대놓고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의 출처를 아는 미국 국민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말이었다.


셋째, 《불구가 된 미국》의 겉표지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라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에게 대답하면서, 미국 국민에게 미국이 맞이한 위기의 본질을 선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부통령의 말을 인용해서 미국의 현실을 낱낱이 고발했다. “내가 누군가의 눈을 가리고, 새벽 2시에 홍콩 공항을 데려가서 ‘여기가 어디인 것 같냐?’고 물으면, 그 사람은 ‘미국임에 틀림없어요’, ‘현대 공항이잖아요’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눈을 가리고 뉴욕의 라과르디아 공항에 당신을 데려가면, 당신은 ‘나는 지금 제3세계 국가에 있음에 틀림없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공항, 다리, 수로, 전력망, 철도 시스템, 우리나라 전체의 인프라들이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이 말이 거짓이었으면,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은 물론이고 미국 국민의 엄청난 반발에 시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도널드 트럼프의 고발은 사실이었다. ‘무너지는 우리의 인프라’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바로 그 점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랬다면 미국 국민의 지탄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다음과 같은 해결책으로 미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우리는 불구가 된 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약해지도록 내버려졌고, 빛이 바랬으며, 2등 국가가 되었다. 앞에 놓인 도전은 많다. 언론계와 정치적 기득권층의 반대론자들은 거기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이 도움받은 현재 상태를 변화하려는 것에 어떤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에게는 비전이 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성취해야 할 목표를 알고 있어서 일의 절차를 파악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군대를 강하게 하고, 재향군인을 돕고, 우리 적에 맞서 일어서고, 불법 이민을 중단시키며, 인프라를 재건하고, 세금 코드와 교육 체계를 개조하고, 오바마 케어와 이란 핵 협정을 포함해서 과거의 터무니없는 정책들을 갈가리 찢을 필요가 있다. 아메리칸 드림에 새 힘을 불어넣어야 하고, 우리나라를 조금을 얻기 위해 매우 많이 노동하는 몇백만의 사람에게 돌려주는 일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9. 공공장소에 가는 법을 가르쳐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