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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02. 2017

07. 미국주의와 한국, 한반도

<도널드 트럼프의 빅뱅>

2016년 11월 8일에 치러진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한국 언론의 지나친 반트럼프 정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성을 잃었다. 힐러리 클린턴의 2중대라도 되는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도를 넘어선 인신공격을 전개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황망한 표정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 정부와 언론은 미국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미국 국민 정서는 이미 도널드 트럼프 쪽이었다. 미국 언론은 충격이라 표현했지만, 당선될 만한 상황이었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밑도 끝도 없이 당선됐다면 미국 국민이 들고 일어섰을 것이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한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조차 찾지 못했다. 탄핵 정국도 문제였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의 쟁점을 제대로 짚지 못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 이번 선거는 미국주의의 부활이 쟁점이었다. 집권 여당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쟁점을 짚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미국 언론의 보도에 주목하며, 힐러리 클린턴에게 우호적 기사를 내보냈다. 힐러리 클린턴을 주목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동향을 예의주시한 일본 정부의 태도와 다른 점이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집권 여당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에 관심을 두면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동향을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외국 지도자로는 세 번째로 도널드 트럼프와 직접 통화했고, 곧바로 면담 날짜를 잡아 뉴욕 자택에서 단독으로 회담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인기몰이를 시작한 2015년 하반기부터 예의주시했어야 한다. 미국 언론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 언론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언론이 지닌 자유다.

사실 전 세계 어느 언론도 중립적이지 않다. 일본 언론도 중립적이지 않고, 영국도 마찬가지다. 독일, 프랑스 모두 중립적이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기사나 사설을 통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원한다. 따라서 미국의 상황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미국 언론이나 기업, 심지어 공화당 지도부까지 적대적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 정부와 언론은 착각에 빠졌다. 가장 중요한 유권자 동향을 간과한 것이다.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것이다. 미국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신뢰하기 힘든 면이 적지 않았다. 미국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 설문 응답 표본은 아주 작았다. 1,000명 미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미국은 50개 각 주별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설문 응답 표본이 1,000명이라고 해도 50개 주로 나누면 20명 전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설문 응답 표본의 신뢰성은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언론이나 기업, 공화당 지도부까지 도널드 트럼프에게 적대적이었다고 할지라도, 그가 어떻게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는지를 짐작했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의 지지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이나, 두 후보 간 격차가 5%가 넘는다는 보도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할 문제였다. 미국 언론은 지나치게 힐러리 클린턴 편향이었다.

전체 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 280만 표 이상 앞선 득표를 했다고 우기기 전에, 미국의 모든 언론이 적대적이었음에도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 미국 언론에게 중립적인 대우를 받았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압승했을 것이다. 미국 언론의 일방적인 우대를 받은 것치고 힐러리 클린턴의 성과는 미미했다. 사표 방지 심리를 가진 미국 유권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몰표를 찍어줬지만, 저변이 넓은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구가 된 미국》의 두 번째 장 ‘공평무사한 우리의 정치 언론’에서 자신이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있는지 고백했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들은 사실에 집중했고, 나는 멕시코가 가장 나쁜 사람들을 우리 남쪽 국경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나는 ‘그들은 문제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들의 문제를 보냅니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여러분은 트럼프가 이민자들이 범죄자들이라고 말했다고 듣게 된다. 나는 결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언론을 위해 이야기는 가공되었다. 가공된 이야기는 언론에게 헤드라인을 주었다. 내가 한 말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불법 이민자 중에서 약간만이 매우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강간범이고 마약 딜러이며, 우리의 국가 체계에 의존해서 살려고 들어온다. 나는 우리는 즉각적이며 엄정하게 ‘불법자들’에게 우리의 국경을 닫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서 뒤늦게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처음부터 예측된 일이었다. 전 세계를 막론하고 정권 교체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는 경제 상황이 나아졌느냐 하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버락 오바마 임기 8년 동안 미국 경제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매번 실업률이 5% 미만이라는 뉴스를 내보냈고, 5%가 넘으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 경제를 악화시켰다. 조지 W. 부시 시절보다 상황이 안 좋았다. 외형상으로 GDP와 1인당 GDP는 뛰어올랐지만, 오히려 빈부 격차는 심해졌다. 실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5%라는 것은 4인 가정을 기준으로 하면 많게는 미국 가구의 20%가 경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뜻이었다. 자녀들이나 전업주부는 처음부터 실업 대상자가 아니므로, 가장이 실업 상태가 되면 온 식구가 경제적 곤란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바마 케어 때문에 중산층에서도 수입 대비 세금 비율이 높아졌다.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2008년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미국의 중산층에게는 이미 한 차례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상황이었다. 게다가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한 제조업체들은 남미와 중국 등 개발도상국가로 이전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 국민이 버락 오바마에 이어 계속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은 터무니없는 생각이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선거 유세 기간까지 도널드 트럼프는 내내 미국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 한 가지만 이야기했다. 그런데도 미국 언론은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가 유세 현장에서 전한 내용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불구가 된 미국》의 두 번째 장에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트럼프가 모든 이민자를 범죄자로 불렀다.’, ‘트럼프는 모든 멕시코인들을 강간범이라 불렀다!’는 것이다”라고 탄식을 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의 일방적 보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언론 보도에 속지 않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러나 미국 국민은 그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침내 많은 정치적인 언론이 국민에게 중요한 이유들에 대해서 공정한 보도를 하려 하지 않은 것을 알아냈다. 대신, 언론은 자기들이 당선되기 원하는 후보를 찬성하도록 국민을 조종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언론사들은 억만장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영리한 사람들이라서 어떤 후보가 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돕는 방법을 찾는다”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상황을 통해 한국 정부와 언론의 대미 정보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언론의 편향성과 일방성도 인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한국 정부와 언론이 취한 편향성을 알게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한국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6.25 한국전쟁을 불러온 1950년 1월의 미국 국무 장관 딘 애치슨의 애치슨라인 발표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사무엘 헌팅턴도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에서 한국을 중국 문화권으로 분류했다. 미국에게 한국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특수성을 가진 극동의 중심이라는 인식보다 미국이 언제라도 한국을 버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 언론에 의존하는 안일한 이해 대신, 생존을 위한 냉정한 통찰로 미국 정세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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