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책수다> 운명을 가른 선택

by 더굿북
북 큐레이션 : KBS 오수진 캐스터


<생명과학대사전>에는 다윈이 주장한 자연선택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윈에 의하면 생물의 종은 다산성을 원칙으로 하며, 그 때문에 일어나는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잘 적응한 변이를 갖는 개체가 생존하여 자손을 남기고 그 변이를 전하는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각각의 종은 환경에 적응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다윈의 이 말은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말이지만, 인간의 삶에도 적용된다. 물론 인간의 삶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주도적 선택이 대부분이다. 내가 태어난 것은 부모가 배우자로 서로를 선택한 결과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하는 이유도 내가 이 일을 선택한 결과다. 중요한 선택을 위해서는 때를 기다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때를 만들기도 한다. <운명을 가른 선택>은 우리 역사에 대비되는 인물들의 12가지 선택을 다룬다. 장희빈과 인현왕후, 성삼문과 한명회, 궁예와 왕건, 광해군과 인조와 같은 인물들의 선택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책이 역사적 관점에서 선택을 다룬다는 점이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다루는 장희빈과 인현왕후만 보더라도 역사적 관점보다는 인물의 대비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용조차 실제 상황을 너무 크게 왜곡했다. 착한 아내 인현왕후와 나쁜 첩 장희빈의 대결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그러니 숙종을 유약하고 주관 없는 임금으로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저자들은 장희빈과 인현왕후가 아닌 역사적 시대상과 당시 역사의 정점에 있던 숙종의 선택에 주목한다. 또한, 숙종의 선택이 이루어지는 배경에 주목한다.

장희빈으로 칭하는 장옥정은 남인 계열 사람이다. 그녀의 숙부 장현은 역관(譯官)의 우두머리인 수역(首譯)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는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남인들과 어울렸고, 그들의 정치자금을 댔다. 숙종 6년인 1680년에 남인이 실각하고 서인이 정권을 장악하자 그도 유배를 가게 된다. 반면, 인현왕후는 송시열과 더불어 노론을 이끌며 존경받던 송준길의 외손녀다. 물론 아버지도 노론의 유학자인 민유중이다.

숙종은 스무 살이 되기 전,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 숙종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여인, 신하, 아들까지도 활용한다. 그는 강력한 왕권을 위해 총명하고도 집요하게 조종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여러 번의 환국을 거칠 때마다 자기 여인들도 정치적 희생양으로 활용했다. 신하들을 숙청할 때 자기 여인을 동시에 숙청한 것이다. 서인을 남인으로 교체할 때는 왕후를 폐하여 자신의 첩을 왕후 자리에 앉혔다. 6년 후, 다시 서인을 등용하고 남인을 실각시킬 때는 장희빈에게 모멸감을 안겨주고 장희재를 비롯한 친정 집안을 파탄시켰다. 또한, 빈으로 장희빈을 강등했다.

숙종은 정치적으로 항상 능숙했다. 제거되는 반대 당파 신하들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간신으로 깎아내렸다. 다시 등용된 신하들은 신원을 회복해주고 서로 견제하게 해 충성경쟁을 유도했다. 인현왕후 폐출을 반대한 이유로 역모죄를 쓰고 숨진 박태보는 인현왕후를 복위시키면서 신원을 회복해주고 충절을 기렸다. 후궁을 들이는 일도 치밀했다. 당파가 다른 후궁의 속내를 읽으며 그 누구도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숙종은 마지막까지 권력을 휘두르며 생을 마감했다. 그의 여인들은 그저 권력을 유지하는 한쪽 수단이었다.

조선은 개국 200년이 흘러 안정될 상황이었으나, 임진왜란을 겪었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병자호란을 겪었다. 조정은 위태롭고 백성들의 생활은 참혹했다. 숙종은 그 상처 위에서 왕권을 유지해야 했다. 숙종은 자신의 선택으로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잠에서 깨는 것에서부터 선택은 시작된다. 직장과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부터 먹을 것 하나도 선택해야 하는 일상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작든 크든 선택은 행복을 좌우한다. 대통령을 잘못 선택하면 국민이 불행해지고 식사 메뉴 하나를 잘못 선택하면 속이 쓰리다. 기억해야 할 것은 선택이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북 큐레이터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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