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꼭 맞는 동서양 음식궁합>
동양과 서양의 조화, 균형 잡힌 식사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서로 통한다. 동양과 서양의 의학 이론 역시 서로 통한다. 끝없이 싸워야 하는 적수가 아니라 서로 도와야 하는 형제 사이다. 동양과 서양의 의학 전쟁은 항상 진행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중의학이 비과학적이어서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중의학 편에 서서 격렬하게 논쟁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 내세우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 때문에 서로 상대편을 설득하기가 힘들다.
필자의 집안은 6대가 의사다. 조부이신 왕진제(王晉齊)는 순수 중의학을 공부했지만 생각이 트여 있어서 중의학에 서양 의학을 도입해 이용하였다. 위만주국이 세워진 특수한 시기에 필자의 아버지인 왕유제(王幼齊)는 조부에게 중의학을 배우며 조부의 트인 생각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후 중의학에 서양 의학을 접목해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달리 말하자면 필자의 아버지는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결합하여 혈액병을 치료한 최초의 의사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혈액 검사와 골수 검사에는 서양 의학의 방법을 이용하고, 간․신장․비장을 보하고 오장의 열을 내려 몸을 보하는 데는 중의학적 방법을 이용했다. 즉, 중의학의 조리(調理) 방법을 더욱 융통성 있게 활용하였다. 아버지는 신장을 보하는 약재와 테스토스테론이 약리학적으로 같은 작용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때로는 스타노조롤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생물학의 원리를 이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더욱 높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가르침으로 조부와 부친은 필자가 의학을 배울 수 있도록 의학도의 길을 터주셨다. 의과대학 대학원 시절을 돌이켜보면 중의학을 배우든 서양 의학을 배우든 자연요법을 배우던 필자에게는 항상 이 ‘건강’이라는 커다란 산이 앞을 막고 있었다. 손꼽아보니 홀로 독립해서 환자들을 돌본 지가 25년이나 되었다. 다양한 질병에 대해 깊이 배우고 알수록 중의학과 서양 의학이 본질적으로 상통하고 또 상호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이 다른, 동양과 서양의 문화 및 생활 방식에 맞게 인체를 해석한 방식인 것이다.
동서양의 공통점은 상호 간의 문화적 세계관에서 드러난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의 이론 나비효과는 브라질에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 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세상 만물이 신기하게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양에 ‘Everything is related’라는 말이 있다. 이 또한 세상의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다. 영국에 다음과 같이 재미있는 가사가 있는 민요가 있다. ‘못이 하나 빠지면 말발굽이 망가진다. 말발굽이 망가지면 말이 넘어져 죽는다. 병사가 부상을 당하면 전투에서 패하고, 나라가 망한다.’ 한 부분의 작은 변화가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