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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14. 2017

06. 서로 다른 편이 되는 이유를 알게 되다.

<이게 나라다>

어떤 사람이 기침한다. 이를 본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가장 먼저 기침 자체가 문제가 되느냐의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 린다. 갑(甲)이라는 사람은 기침은 가끔 나올 수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을(乙)은 기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두 번째로 기침이 문제라고 인정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정도에 대해서 의견이 나뉜다. 병(丙)은 기침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저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丁)은 아주 심각한 병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세 번째로 기침의 원인에 대해 또 의견이 나뉜다. 무(戊)는 감기에 걸려서 기침이 나온다고 한다. 기(己)는 기관지가 문제라고 한다. 경(庚)은 폐가 문제라고 한다. 신(辛)은 평상시 자기 관리를 못 한 것이 문제라고 한다. 임(壬)은 암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 앞에 벌어진 현상은 기침이다. 이것은 하나의 사실이다. 사실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 그러나 사실이 문제냐 아니냐를 놓고 의견이 갈릴 뿐만 아니라, 문제라고 인정을 하더라도 그 문제의 원인에 대한 생각들은 제각각이다. 문제 인식에 따라 그 해결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다음의 가상 광고를 보자. 한국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이 아파 쓰러져 있는데, 약을 먹고 건강이 좋아졌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광고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랍 국가에서 이 광고가 걸렸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아랍 사람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다. 즉, ‘건강한 사람이 이 약을 먹고 쓰러진다’라고 읽는다.

사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 광고는 약을 파는 광고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이유는? 바로 ‘견해차’이다. 누구의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각 다르게 이해된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사람들에게 좋은 약이지만 아랍 사람들에게는 독약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저 광고 그대로 아랍 국가에 내 걸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매출이 제로가 될 것이다.
     
이를 두고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열렸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영업하다 보면 항상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므로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사실의 원인만 찾으면 상황이 뒤바뀔 수 있으니 문제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매출이 제로가 된 것 자체가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 의견들도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한 원인을 놓고 또 다른 토론이 벌어진다. 음료의 색깔이 현지인들이 싫어하는 색깔이라서? 광고 노출이 부족해서? 경쟁 제품들이 너무 많아서?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아서? 너무 비싸서? 유명하지 않은 모델을 써서? 
     
결국, 견해 차이가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만든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의 원인을 음료 색깔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음료수 색깔을 바꾸느라 엄청난 돈을 들였을 것이나, 매출 제로의 상황은 바뀌지 않게 되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반대로, 광고 사진 순서만 바꾸었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 인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는 하나의 사실이 드러났다. 최순실과 대통령,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아주 가까운 지인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당시 이정현 집권당 대표는 자기도 가끔 지인들에게 연설문에 대한 충고를 들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인식의 수준이 이렇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짓들을 벌였을 것이다. 이들이 국민 처지에서 생각했다면 절대로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없었을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JTBC를 통해 보도되었을 때, 국민 입장이었다면 가장 먼저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최순실의 농단을 통해 권세를 누린 자들 입장이었다면 ‘큰일 났다. 대책을 세우자’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을 것이다. 국민 입장이라면 ‘바로 광화문으로 달려가서 박근혜에게 당장 내려오라고 외치기 시작’했을 것이고, 박근혜 입장이었다면 ‘되도록 천천히 내려가거나 임기를 다 채울 때까지 버틸 수 있거나, 심지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차기 대선이 더 중요한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각종 변수를 고려한 수습책들’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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