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다>
“한 사나이가 외투를 걸친 채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를 해와 바람이 보고 있었다. 둘은 내기를 한다. 이 사나이가 걸친 외투를 벗기는 내기. 먼저 바람이 나섰다. 있는 힘껏 바람을 내뿜었다. 순간 주변 온도가 뚝 떨어졌다. 사나이는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를 견디기 위해 외투를 꼭 부여잡고 몸을 감쌌다. ‘좋아. 그런단 말이지? 이번엔 외투를 날려 버리지.’ 바람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더 센 바람을 불어댔다. 그럴수록 사나이는 외투를 더 세게 움켜잡고 몸을 감쌌다. 바람은 당황했다. 자기 뜻대로 사나이의 외투를 벗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은 한 번 더 시도하고 싶었지만, 이미 체력은 바닥이 되어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 해의 차례. 해는 힘껏 웃었다. 그랬더니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대며 한여름 날씨가 되었다. 사나이의 이마에서는 땀이 솟아났다. 드디어 사나이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자, 이 우화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영향력’이라 고 생각한다. 리더의 자질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사전에서는 리더십을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지녀야 할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끌어가려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리더가 무리에게 ‘나를 따르라’라고 외쳤는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면 그는 리더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왜일까? 무리를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무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질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영향력이다. 리더십이 영향력 그 자체라고 하는 사람도 많다. 리더십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맥스웰 리더십’에도 ‘리더십은 영향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되어 있다. 필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은 리더십을 이렇게 정의했다. “당신이 성취하고 싶은 일을 다른 사람이 원해서 하게 하는 기술” 내가 원하는 것을 나 스스로 하기도 어려운데,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하도록 만든다고? 그것도 그 다른 사람 이 원해서 하도록 한다고? 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가? 도대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해야 이 정도로 만들 수 있을까? 리더십이 이런 것이라면 참으로 대단한 기술이지만, 한편으로 는 무서운 기술이기도 하다. 잘못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런 기술을 가져서 무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가지 사건들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편에는 부끄러운 최순실 농단 사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있다. 두 가지 모두 세계사에 남을만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 중에서 필자는 평화적인 촛불집회가 발휘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향력이 행사되면 반드시 변화가 생긴다. 매일 아홉 시에 일어나던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은 새벽에 일어나게 된다. 행동에 변화가 생긴다. 남자들에게 군대가 그렇다. 군대의 규율이 군인들의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새벽 6시에 눈을 뜨게 되고, 걸음걸이가 달라지며, 말투나 목소리도 바뀐다. 국가에 대한 생각까지도 바뀐다. 군대라는 조직이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행사되면 반드시 무엇인가가 바뀐다.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국민을 봉으로 생각해 왔던 집권 여당의 행동과 판단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촛불집회에 모인 국민이 없었다면 12월 9일 탄핵소추안 가결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국민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나 발언에 대해 매주 즉각적으로 저항하였고, 이 저항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결정을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한마디로 국민이 이끌었다. 국민이 리더였다.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국민의 영향력이 행사될 것이다. 국민은 주인이자 리더다. 이것이 맞는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에 따르는 팔로워(follower)들이다.
이 당연한 진리가 언제부턴가 뒤집혀서 정치인들이 리더가 되고 국민이 팔로워가 되어 버렸다. 국가보안법이 주인을 물게 된 것이다. 하수인이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주인의 결정을 교묘하게 뒤집어버리는 범죄까지 서슴없이 저질러왔다. 착각에 빠진 하수인들이 국민의 상전처럼 행동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