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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2. 2017

13. 장자는 왜 세상과 타협을 거부했나?

<철학 콘서트>

장자의 이름은 주(周)이고 고향은 몽(蒙)이다. 몽은 은나라의 후예들이 살던 곳이다. ‘바보들의 나라’라 불리던 그 송나라 말이다. 장주는 기원전 365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270년경에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평생 가난한 삶을 살았다. 젊어서 칠원(漆園)의 말단 관직을 맡은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 일마저 때려치우고 만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초나라 위왕이 장자를 초빙해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일화가 있다. 장주의 언사가 너무 광대하고 자유분방하며 자기중심적이었다고 사마천은 전한다. 그래서 왕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의 위왕은 달랐다. 위왕은 장주를 재상으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장주는 웃으면서 사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제물로 바쳐지는 소를 본 적이 있는가? 소는 깨끗한 천에 덮여 태묘로 끌려간다. 이때 소가 발버둥을 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서 돌아가라. 나를 욕되게 하지 마라.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사는 편이 낫다.”

   

구정물 속에서 놀지언정 왕에게 얽매이지 않겠다는 발언 속에 장자의 진심이 들어 있다. 장자가 추구한 것은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였다. 고대의 현자들이 입으로는 아무리 좋은 말들을 뱉어대도 이 모든 언설은 결국 왕에게 고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역성혁명을 설파한 맹자마저도 왕의 환심을 사고 싶어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장자는 달랐다. 장자는 지배계급의 일원이 되길 거부한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조선 시대에 양반들의 허위를 비웃으며 살았던 허균도 먹고살기 위해 늘 왕의 부름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시험마저 거부해버린 박지원이었지만 부인이 병들자 하는 수 없이 관직에 나간다. 그의 나이 쉰의 일이다.

     

체제를 비판하기는 쉽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한 번쯤 기성세대의 타락을 질타한다. 하지만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의 우윳값이 없어 쩔쩔맬 때가 있다. 구걸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고대에는 왕에게 빌붙어 녹봉을 얻어야 했던 반면 현대에는 자본에 빌붙어 월급을 받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일부(一夫)를 베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입에 거품을 품고 역성혁명을 주창한 맹자. 하지만 그의 웅변도 제나라 선왕에게 준 일종의 말 봉사였다. 체제를 비판할 수는 있으나 체제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새장의 새는 편하다. 늘 주인이 모이를 주기 때문이다. 새장 밖의 새는 고달프다. 그러나 모이를 거부하는 새만이 창공을 자유로이 비상할 수 있다. 〈소요유〉 편은 허유(許由)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다. 요 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주려고 했다. “선생이 천자가 된다면 천하가 더 잘 다스려질 것이오. 부디 천하를 맡아주시오.” 그러자 허유가 대답했다. “뱁새는 숲 속에 집을 짓지만,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오. 두더지는 강물을 마시지만, 배를 채우면 그만이오. 임금이시여, 돌아가시지요. 천하는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소.”

   

장자는 왜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했을까? 장자의 눈에 통치자들은 천하의 도둑이었다. 전국시대의 불행은 모두 통치 계급의 탐욕이 연출한 비극이었다. 〈열어구〉 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송나라에 조상(曹商)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송나라 왕은 조상을 진나라에 사신으로 파견했는데, 조상은 돌아올 때 수레 100대를 몰고 왔다. 외교를 잘한 공로로 진나라 왕에게 하사받은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장자에게 들러 자랑했다.

     

“저는 답답한 촌구석에서 궁상맞게 짚신이나 삼는 일은 못 합니다. 큰 나라의 군주를 만나 크게 깨우쳐주는 일이 나에게 맞습니다. 말 몇 마디로 수레 100대를 얻는 일에는 나를 따를 사람이 없지요.”

   

장자가 대꾸했다. “진나라 왕은 고름을 입으로 빠는 의원에게 한 대의 수레를 주고, 똥구멍을 입으로 핥는 의원에게 다섯 대의 수레를 준다더군요. 그대는 왕을 어떻게 빨았기에 그토록 많은 수레를 얻었소? 가시오.”

   

하지만 타협을 거부하는 삶은 고달프다. 말이 은일의 삶이지 까놓고 말하면 초막에 은거한 거지의 삶이었다. 〈산목〉 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장자가 해진 옷을 입고 위나라 왕을 찾아갔다. 위나라 왕이 장자를 보고 물었다. “어찌하여 이렇게 피폐해졌소?”

   

장자는 답했다. “나는 가난할 뿐이지 피폐해진 것이 아니오. 선비가 도덕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피폐해졌다고 하오. 해진 옷을 입고 구멍 난 신발을 신은 것은 가난한 것일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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