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철학. 철학은 항상 우리 곁에서 우리의 존재 이유를 설명합니다. 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그 생각 자체가 철학의 과정이 되니, 그런 삶을 철학자들은 원했는지도 모릅니다. <책 듣는 5분>은 <명언 철학사>라는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만납니다.
그리스는 페르시아 전쟁에 승리한 후 상공업이 발달했고, 특히 아테네는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도시국가의 발전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에 소피스트들이 등장했습니다. 소피스트는 지혜를 가르치는 교사였습니다. 그들은 교양, 덕, 수사학, 웅변술 등을 가르치면서 대가로 돈을 받았지요. 이들은 지식을 상품화했기 때문에 ‘소피스트(sophist)’라는 말은 나중에 ‘지혜의 소유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소피스트의 대표자인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기원전 481~411)는 그리스의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철학을 가르쳤는데요. 뛰어난 웅변술 덕분에 아테네까지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는 웅변을 통해 약한 것을 강한 것으로, 미운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부도덕한 것을 유덕한 것으로 바꿀 힘을 지녔습니다. 그러니까 프로타고라스는 언어를 관심 있게 연구한 최초의 문법학자이기도 했습니다.
돈을 벌려고 제자들을 가르친 소피스트들의 태도를 비꼬는 에피소드가 하나 전해집니다. 소피스트들은 일정 기간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끝나고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만 보수를 받았지요. 그런데 프로타고라스 밑에서 교육을 받은 어떤 제자가 자기 지식이 늘지 않았다면서 수업료 지급을 거절한 거예요. 결국, 제자와 스승은 법정까지 갔죠.
법정에 가면서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대는 여하튼 나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대가 재판에 지면 판결에 따라 나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고, 설령 재판에 이기더라도 그것은 그대가 수업을 통해 재판에 이길 능력을 키운 결과이니 약속대로 수업료를 내야 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하튼 돈을 지급할 수 없습니다. 제가 재판에서 이기면 판결에 따라 지급할 수 없고, 재판에 지면 제가 그동안 지식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니 약속대로 수업료를 낼 수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논리학에 나오는 유명한 ‘딜레마’의 사례인데요. 딜레마는 정 반대되는 두 개의 결론이 나올 수 있지요. “재판에서 이기면”이라는 대전제 속에는 “판결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없다.”와 “약속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소전제가 각각 포함되어 있고, 재판에 지는 때에도 반대되는 소전제가 포함되어 있지요. 그래서 전체적인 논증 자체가 모순이지요. 서로 생각하기에 따라 사태의 진위가 바뀌게 되니 진리나 정의가 모두 상대적이라는 소피스트의 주장이 자가당착에 빠지는 재미있는 사례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들을 비판했는데요. 특히 소크라테스는 처음에는 소피스트와 교제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개별적인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삼는 이들의 상대주의를 비판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덕을 추구하게 됩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