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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8. 2017

37. 디오게네스, 소원이 무엇이냐? ♬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명언 철학사>라는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만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알렉산더 대왕과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통해 철학자의 삶, 그리고 철학과 삶의 의미를 만납니다.


일반적으로 철학은 한가한 사람들이나 즐기는 지적 유희로 오해되기 쉽지요. 철학자 하면 긴 머리에 수염을 기른 사람들이 지팡이를 짚고 한적한 길을 산책하며 사색에 빠진 모습을 떠올리지요. 게다가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지요. 하지만 이것은 참다운 철학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실과 마주해 현실과 대결하면서 현실을 뚫고 나가려는 강인한 의지가 없는 사람은 철학을 할 수 없지요. 거꾸로 말하면 열심히 현실을 살아가려는 사람은 모두 훌륭한 철학자인 셈이네요.


키니코스학파의 걸인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es, 기원전 400~324)는 소크라테스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입니다. 나무통을 주거지로 삼아 살던 그는 모든 향락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물질만으로 생활해서 유명했지요. 그런데 그런 그가 무시한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그래도 최소한의 물질이라도 얻으려면 어쨌거나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군가 그에게 최소한의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도 굶어 죽었을 테니까요. 통 속에 주저앉아 개처럼 살 수도 없었을 테고요. 그래서 디오게네스는 기인 철학자로 평가받지만 참된 철학자의 반열에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어느 날, 알렉산더 대왕은 유명한 현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디오게네스를 찾아갑니다. 그를 만나자 “소원이 무엇이냐?”고 대뜸 묻지요. 디오게네스가 뭐라고 했을까요?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주시오.”


우리는 디오게네스의 이 말을 두 가지 의미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햇빛이나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는 말은 첫째, 철학자의 마음에는 세속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어떤 깊은 뜻이 들어 있으니, 그것을 돈이나 권력으로 가늠하려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디오게네스가 말하고 싶은 속마음이지요.


두 번째는 관점이 좀 다른데요. 디오게네스의 이 말을 듣는 우리의 관점입니다. 세상을 등지고 자기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철학은 참다운 철학이 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하고 삶이 고뇌로 이어진다 해도 인간과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철학자라면 모름지기 세상을 향해 무언가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서 불평만 일삼으며 혼자 고고한 척하는 태도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지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진짜 양심이 아니지요.


디오게네스는 현실 개선이나 변혁에 눈을 돌리지 않는 철학은 공허한 지적 유희나 자기 위안으로 끝날 뿐이라는 사실을 자기 삶으로 평생 보여준 철학자였네요.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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