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명언 철학사>라는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만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만날 철학자는 데카르트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데카르트의 말이지요. 데카르트는 고대 그리스 철학을 거쳐 중세에 이르는 동안 학문계를 휘저었던 뜬구름 잡기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수학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명징한 사고 체계와 진리 인식의 길을 추구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를 ‘근세 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지요.
데카르트는 “오늘날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은 서로 연관 없는 모순된 의견들의 불완전한 결합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통일성과 확실성을 줄 수 있는 원리가 빠졌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또한, 데카르트는 인간이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역설했지요. 그 과정을 살펴볼까요.
첫째, 인간의 감각을 의심해야 합니다. 감각은 불확실하고 착각하는 것처럼 때로는 인간을 속입니다. 감각은 매우 주관적이어서 보편성을 얻기 힘들지요. 섭씨 30도 이상 되는 여름 날씨를 우리는 견디기 힘들지만, 열대 지방 사람들에게 그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게다가 우리는 여러 경험을 떠올려 감각을 미리 예견합니다. 얼음 모양의 사물을 보면 차가울 것으로 생각하지요. 그래서 데카르트는 감각적 경험은 마음속에 생긴 심상에 불과하므로 마음 밖에 있는 사물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카르트는 그래서 감각적인 대상의 존재조차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확고한 원리와 논증을 제시하는 것 같은 수학적 진리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오성(悟性, Verstand)은 때로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2×2=4인가” 하는 것조차 의심하고 부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지금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내가 존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요. 속는다고 해도 그것은 그릇된 것을 상상하는 것이므로 상상 자체는 속는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모든 것이 오류일 수는 있지만 잘못 생각한다는 것 자체는 오류가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지식의 출발점인 확고부동한 진리가 발견되었죠. 그것이 바로 ‘사유하는 자아의 의식’입니다. 그러므로 의심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이것이 모든 인식 중에서 가장 최초의 인식이고 가장 확실한 인식이라고 했습니다.
데카르트의 주장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됩니다. 진리는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의해서 확립된다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인식에서 관찰이나 실험, 실천을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고 있습니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