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명언 철학사>라는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만나고 있습니다. 네 번째로 만날 철학자는 스피노자입니다. 스피노자는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왜 이 말이 스피노자와 연결되었는지 스피노자의 삶으로 들어가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677)는 163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났습니다. 총명한 스피노자는 유대인의 법률 박사인 랍비가 될 목적으로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대 학교에 들어가죠. 그러나 15살의 스피노자는 벌써 그가 해결할 수 없는 모순과 문제를 구약 성서에서 발견하고 신앙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후, 유대교 의식에 참여하기를 꺼릴 정도로 신앙에 회의가 든 스피노자를 유대 교회가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스피노자는 천사는 환상이며, 영혼은 생명체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말했지요. 이 때문에 스피노자는 유대교 장로들 앞에서 청문을 받게 됩니다. 장로들은 돈을 주는 조건으로 스피노자를 유대교에 복귀시키려 했으나 실패합니다.
1656년 7월, 스피노자는 유대 교단으로부터 저주를 받으며 파문됩니다. “천사의 충고와 성령의 판단에 따라 우리는 스피노자를 파문하고 저주하며, 율법에 따라 유대 교단으로부터 축출한다. 그에게 밤낮으로 저주가 있을지어다. 신은 결코 그를 용서하고 받아들이지 마소서. 모두에게 경고한다. 아무도 그를 도와주어서는 안 되며, 그와 함께 같은 지붕 아래 기거해도 안 되며, 누구도 그가 쓴 글을 읽어서는 안 된다.”
스피노자는 아버지에게 쫓겨나고 누이동생과 친구들로부터도 외면당합니다. 심지어 미친 젊은이가 스피노자를 죽여 자기 신앙심을 증명하겠다며 칼을 들고 공격합니다. 스피노자는 목에 가벼운 상처를 입고 교외의 조용한 다락방에 숨어 살게 됩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안경알을 갈아주는 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1677년, 나이 마흔넷을 갓 넘긴 스피노자는 죽음을 바라보게 됩니다. 먼지 많은 골방에서 안경알을 갈 때 얻은 폐병 때문에 결국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조용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지요. 그는 생전에 출판하지 못한 저술들의 처리를 집주인에게 부탁하고 친구의 팔에 안겨 세상을 떠납니다.
실체는 스스로 어떤 것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모든 다른 것이 의존하고 있는 본질이며, 모든 다른 것의 원인이 된다. 실체는 ‘순수한 존재’다. 스피노자는 실체는 사물의 밖이 아니라 사물의 안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므로 실체와 자연은 일치하고 동시에 그것은 신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체는 신이고 신은 자연’이라는 명제에 도달한 것이지요. 후세에 사람들이 스피노자를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과 연관 지은 이유, 이해가 되죠?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