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책 듣는 5분>은 <명언 철학사>라는 책을 통해 가장 재미있고 쉬운 철학을 만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날 철학자는 하이데거입니다.
현상학의 대표적 철학자인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의 조교로 출발한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야스퍼스와 달리 히틀러 정권 아래서 나치 당원이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1939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생들에게 위대한 나치의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역설했던 주인공입니다. 그 때문에 전쟁이 끝나고 대학에서 추방을 당하게 되지요.
그는 초기 저서인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구했습니다. 하이데거는 자신에 이르기까지의 과거 서양 철학은, 존재를 그 자체로 추구하지 못하고 존재자를 존재로 추구했기 때문에 존재 망각의 역사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존재자에 의해 존재가 은폐된 비(非)진리의 역사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존재를 그 자체로 파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이데거는 존재로서의 존재를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은 존재를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지요. 그는 또한 인간의 존재 이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시간의 체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시간을 체험함으로써 죽음을 예견하고 ‘죽음으로의 선구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이데거는 <숲 속 길> 등의 후기 저서에서 야스퍼스와 비슷하게 기술 문명에 의한 인간의 소외 문제에 눈을 돌립니다. 그는 또한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도 결국 존재 망각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면서 기술로부터의 구출, 그러니까 전체가 존재 자체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간은 예술과 시 속에 존재의 집을 마련해야 한다. 언어는 곧 존재의 집이다.”
결국, 하이데거가 도달하는 종착역은 존재의 계시이고, 그것은 신앙과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하이데거를 무신론적 실존 철학자로 부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무신론적 철학자가 아니지요. 물론 존재도 하이데거가 주장한 것처럼 언어에 갇혀 있을 수는 없지요. 존재는 인간의 사회적 실천을 통해 체현되고, 그 가치가 검증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어는 곧 존재의 집이다.”라는 하이데거의 이 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존재는 상대에게 눈에 보이는 대상이며 사회적 실천으로 드러나는 존재지만, 언어로 보여주는 내가 더 명징하게 보일 때도 있으니까요. ‘나의 언어는 내 존재가 머무는 집이다.’ 이 정도면 내 집이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은가요?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