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듣는 5분>, 김혜연입니다.
<책 듣는 5분>이 <괜찮냐고 너는 물었다, 괜찮다고 나는 울었다>라는 책에서 만나는 사랑과 아픔, 위로의 메시지 마지막 시간입니다.
나는 유독 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 서점에는 문구점이 같이 있는데, 서점에 책을 사러 가서 편지지를 더 많이 사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펼쳐진 적도 많다. 사실 편지지만 보면 “나 좀 사 가세요!” 하며 소리치는 것만 같다. 어딘가로 보내지고 싶다면서.
잔뜩 사 온 편지지를 책상에 펼쳐 놓고 어떤 사람에게 편지 쓸지 고민하는 일은 늘 행복하다. 편지를 쓰는 건 마음을 전하는 일이고, 전해진 마음은 상대방을 움직이기에 충분할 테니 말이다. 아마 대부분 사람이 태어나 처음 쓴 편지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가 아니었을까 싶다. 커다란 스케치북에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글자로 삐뚤빼뚤 적어 내려간 편지인데도 부모님은 항상 기뻐하셨던 것 같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언제 편지를 쓰느냐고 타박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내가 편지를 쓰는 시간은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이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축 늘어져 있는 오후의 카페 같은 곳에서다. 이 시간에 누군가에게 편지 한 통을 쓰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후련한 느낌이 든다. 혼자 있어도 혼자 있지 않은 것 같은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것이 도움될 때가 있다. 글은 분노 앞에서는 조금 덜 감정적이 되고 슬픔 앞에서는 조금 더 이성적이 된다. 글로 쓰는 것과 말로 하는 것에 걸리는 시간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을 공들인 쪽이 단단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글은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지만, 말은 하고 나면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내가 쓰는 편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이야기를 잔뜩 적어서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을 때 쓰는 편지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을 입 밖으로 쉽게 내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사랑한다’, ‘고맙다’를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진심은 이렇다는 걸 알리는 데 종종 편지를 사용한다. 그게 아니라면 싸우고 나서 화해하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마음이 답답해서 쓰는 편지다. 내게는 이 편지가 앞선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사람들이 편지 쓰는 일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궁색해지지 말자는 뜻이다. 정말 바쁘다면 쪽지라도 하나 접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전해보자. 그 별것 아닌 한마디로 편지 쓰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잠시나마 행복했다면 그에게 값진 시간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한 통을 선물해라. 편지를 받은 이의 밤이 당신의 사랑 속에 평안해질 것이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