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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3. 2016

02. 80일간의 리모델링, 버려진 공간에 새 생명을!

<워너비 하우스 인 제주>

                                                                                                                             

농가 주택 리모델링
레프트핸더 게스트하우스

80일간의 리모델링, 버려진 공간에 새 생명을

30년 된 낡은 농가가 ‘레프트핸더’로 재탄생하는 데는 개2월 반 정도가 소요됐다.

건축에는 문외한이던 기현 씨였기에 믿고 맡길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일이 풀렸다. 아내가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사)제주올레에서 또 다른 이주민이자 건축 전문가인 귀동아빠를 소개받게 된 것. 귀동아빠가 총괄 지휘하고 전주에서 초빙해 온 목수 3명과 보조 인력 2명이 기현 씨와 함께 밖거리에 체류하며 리모델링에 매달렸다.

객실로 사용할 안거리와 밖거리는 기둥 등 최소한의 골조만을 남겨 건물 외형을 그대로 살리는 대신 건물 내부를 완전히 해체했다. 제주의 오래된 농가 주택은 화장실이 외부에 있기 때문에 실내 화장실과 욕실을 갖추려면 최소한의 구조 변경은 필수다.

리모델링을 진행할 대상 건물은 안거리, 밖거리, 창고 개2 등 총 4개.

방 3개가 들어설 안거리와 방 2개짜리인 밖거리는 방의 형태만 살리고, 나머지 공간에는 화장실과 욕실을 들이기로 했다. 안거리의 방 3개에는 각각 2층 침대를 2개씩 넣은 4인실 도미토리로, 밖거리의 방 2개는 2층 침대를 넣은 4인 가족실과 더블침대의 커플룸으로 만든다는 계획.

기현 씨가 가장 공들인 공간인 공용 카페는 우사로 사용 중이었기에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안락한 환경을 위해 천장과 내벽 단열을 갖추고,울퉁불퉁한 바닥은 높이를 조절해 평평하게 한 후 창문도 만들었다. 우사와 밖거리 사이에 있던 19.83㎡(5-6평) 내외의 작은 창고는 스태프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건물뿐 아니라 외부 공간도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한 상황. 마당에 있던 작은 텃밭은 게스트들의 자전거와 바이크 주차장으로, 쓸모없이 버려져 있던 밖거리 옆 땅은 폐자재와 자갈 등을 이용해 바닥을 높인 후 고객용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외부와 완전히 차단될 정도로 높았던 블록 담장도 아예 헐어 주차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시멘트 마당에는 현무암 자갈을 깔아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리모델링 첫 달인 2월에는 지독한 추위로 며칠간 공사가 지체되기도 했지만 3월부터는 큰 변수 없이 작업이 진행됐다. 육지에서 날아온 목수와 작업자들이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쉼 없이 일해 준 덕분이었다.


리모델링 후 농가 주택의 무허가 건물은 등기 필수

리모델링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면 건물 등기는 필수이다. 의외로 제주도의 구옥은 무허가 건물이 많은데, 밖거리 또는 창고가 무허가인 경우가 많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개시하려면 기존 무허가 건물에 대해서도 새로 등기를 해야 한다. 이때 건축사사무소의 설계서와 건물 연한에 대한 마을 이장님 서명이 필요하다. 이전 주인에게 물어봐도 건물 연한을 알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보증인이 따로 있어야 하니 이장님께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른 방법. 건물 등기를 하게 되면 무허가 기간에 대해 이행강제금(일종의 벌금)을 내는데, 건물 연한이 오래될수록 그 금액이 낮아진다. 참고로 레프트핸더는 연한이 30여 년 정도여서 약 300만원(설계비+이행강제금 포함) 정도만 납부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결정 직후부터 
인터넷 카페 통해 모든 과정 공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기현 씨는 게스트하우스 홍보뿐 아니라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2011년 12월 초,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그가 만들려는 ‘레프트핸더’의 뜻, 그동안 다닌 오름과 여행지, 게스트하우스 창업과 관련해 알게 된 경험과 노하우, 리모델링 진행 과정 등을 공개하며 미래 게스트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또 게스트하우스 오픈 이후 진행할 오름 투어를 염두에 두고 지질공원 해설사 양성과정에 등록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오픈에 앞서 남녀 스태프도 각명 1씩 뽑았다.

하지만 오픈일인 4월 15일에도 리모델링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못했다. 객실 내부 공사는 모두 완료돼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지만 외부 페인트, 주차장, 마당 등에 대한 정비가 남아 있었던 것.

기현 씨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완벽을 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택한 게 공식 오픈에 앞선 일주일 무료 숙박체험 이벤트. 기현 씨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처음이기에 무료 숙박을 제공하면서 고객들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세부 사항들에 대한 개선이 이뤄졌다. 밖거리와 공용 카페의 캐노피도 계획에 없었는데 고객 조언을 듣고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신생 게스트하우스이다 보니 인지도가 있을 리 없었다. 파워블로거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많았지만 실제 숙박도 하지 않은 사람에 의한 조작(?)된 인지도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성수기 직전인 7월까지 3개월간의 포털 키워드 광고.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월 비용을 5 0만원으로 한정해 직접 집행했다.

“광고 효과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성수기가 되면 이미 인지도가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손님들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오픈 첫해 7월, 52.8%이던 객실점유율이 8월에는 81.7%까지 높아졌다. 50% 내외의 객실점유율을 예상했던 그해 평균 점유율이 53.8%에 달했으니 일단은 안심할 만한 성과였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진행하던 게스트하우스 창업 무료 상담도 꾸준히 한 덕분에 레프트핸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4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바로 옆에 더 좋은 시설의 게스트하우스들이 20여개나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평균 64%의 객실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아마도 그의 제주 사랑과 누구에게나 열린 오픈마인드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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