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탄생>
이익 균형을 유지하는 거래의 철학
사업가에게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는 주고받는 능력이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면 회사는 적자가 나고,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주고받지 못할 때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업의 핵심은 주고받는 거래를 통해서 이뤄진다. 고객, 조직원, 협력업체들과 어떤 거래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거래의 철학을 사례로 알아보자.
당신이 고가의 외제 청소기 세일즈맨인데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동창에게 전화했다고 가정하자. 외제 청소기 세일즈맨은 친구에게 영업하는 게 편하지 않다. 영업 대상이 되는 친구 역시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상황은 동일해도 이런 일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먼저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을 살펴보자. 친구에게 영업하는 게 편하지 않은 판매원은 먼저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슬그머니 청소기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오랜만에 옛 추억을 회상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판매 권유는 처음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두루뭉술하게 판매를 권하게 되고, 친구의 반응에 따라 “아, 그래 괜찮아.” 하면서 황급히 전화를 끊는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미안해했으나 나중에는 사정 조로 물귀신 작전을 펴듯이 판매를 권유한다. 또 어떤 사람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판매하는 청소기의 필요성과 장점을 또박또박 설명하고, 메일 주소를 알려주면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이번에는 판매 권유를 받는 친구 입장으로 가보자. 어떤 사람은 친구의 입에서 청소기 판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사지 않겠다는 의사를 마음속으로 굳히고 도망가버린다. 제대로 설명도 듣지 않고, 집에 청소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 이미 있어.” 하고 말을 잘라버린다. 또 다른 사람은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궁금한 걸 물어본 후, 아직은 필요하지 않지만 한번 고려해볼 테니 자료를 보내달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구매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후에 자신이 구매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지만, 주변에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볼 테니 자료를 보내보라고 말한다.
당신은 어느 편에 속하는가. 선입관이 강하거나 두려움이 큰 사람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영업하는 처지든, 영업을 당하는 처지든 바른 처신을 하기 어렵다. 영업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용건을 정확히 밝히지 못하거나,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가 외제 청소기 영업을 하는 것이 기분 나빠서 상대방 이야기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좋은 CEO가 되려면 그래서는 안 된다. 어떤 처지든 ‘목표’를 기억하며 합리적으로 주고받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비합리적인 손해도 감수하는 통 큰 마음
노동의 대가를 받는 직장인들은 받은 만큼 주는 ‘등가 거래’에 익숙하다. 하지만 경영자는 등가 거래를 지향하되 때로는 손해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공정무역 운동을 생각해보라. 상대방의 이익은 최대한 낮추고 우리 쪽 이익만 많이 챙기려는 태도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성공하는 CEO가 되려면 때로는 숫자를 뛰어넘어야 한다. 어떤 일에서는 단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자사에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내어주면서 거래처를 도와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그걸 활용하여 거래처로부터 다른 뭔가를 얻어내고 기분 좋게 서로 ‘주고받음의 균형’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면 그 회사는 우호 세력들을 지속해서 주변에 포진시킬 수 있다.
원하는 것을 밝히는 용기
비즈니스 관계에는 서로 원하는 것이 있다. 만일 CEO가 어떤 사람에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 “나는 원하는 게 없어요. 순수한 관계를 원합니다.”라고 말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CEO들이 업무 시간에 골프를 치고 사람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는 것은 모두 기업 경영활동의 연장선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장들은 ‘거래’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목적이 있는데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자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다면 그만큼 사업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해야 한다. 필요한 거래 관계를 형성하든지, 훌륭한 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경영 정보와 노하우를 얻든지, 사업에 필요한 인맥을 형성하든지, 혹은 주변에 있을지도 모를 잠재적인 고객들을 발굴하든지, 강의를 통해 경영 자질을 배우든지, 무엇이 됐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야 한다.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
H 카드사가 연초에 여러 권의 다이어리를 우리 회사로 보내줬는데, 직원들이 내게 그 수첩을 보여주지 않은 일이 있었다. 직원들에게 왜 다이어리를 안 보여줬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내가 그걸 보면 화가 날까 봐 보여주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해에 H 카드사가 펴낸 다이어리는 특이했다. 공휴일이나 주말 등 일하지 않고 쉬는 날은 날짜를 기재하지 않고 빈칸으로 네모를 쳐둔 것이었다. 그 다이어리를 보고 우리 회사 직원들도, 나도 놀랬다. H 카드사 직원들도 일반 직장인들이 그렇게 쉬는 날이 많은지 몰랐다며 다이어리를 받은 후 회사에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쉬는 날은 많지만, 인건비나 임대료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기업에서 지출하는 대부분 비용은 휴일과 무관하게 월 단위로 지급된다. 그런 비용을 다 감당하는 방법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경영에서 가장 비싼 비용이 시간이다. 그런데도 많은 경영자가 시간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시간 개념이 약해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비용과 투자를 가려내는 능력
경영자는 비용과 투자를 잘 구분해야 한다. 미래에 수익으로 회수될 가능성이 크면 과감하게 투자해도 된다. 하지만 아무리 적은 금액의 투자라도 회수될 가능성이 작으면 비용이 된다. 그러므로 지출에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작은 회사일수록 CEO가 모든 경비를 결제하므로 비용관리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성과 없는 마케팅비의 지출, 인간관계 때문에 마지못해서 하는 지출에 대해 신중히 해야 한다. 특히 인건비 지출에 주의해야 한다. 작은 기업에서는 직원 한 명의 인건비도 큰 부담이 되는데 기존 직원들의 직무 효율성은 바로잡지 않고, 일이 잘 안 되면 사람부터 채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사장들이 뜻밖에 많다. 아무리 사람을 많이 채용해도 조직관리가 효율적이지 않으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면 인건비만 낭비하는 셈이 된다.
일상적인 경영에서 가장 많이 낭비되는 비용 중의 하나는 ‘회의’ 시간이다. 사장이 되면 대체로 말이 많아진다. 어떤 사장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씩, 그것도 서너 시간씩 회의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잔소리한다.
경영자는 직원들의 롤 모델
100마리의 양이 있는데 지도자가 사자라면 100마리의 양도 사자처럼 변한다. 반면에 지도자가 양이면 100마리의 사자도 양처럼 변한다. 당신은 양이 될 것인가, 사자가 될 것인가? 당신의 조직을 사자로 만들 것인가, 양으로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