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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31. 2017

03. 경쟁자가 없는 곳으로 간다?

<식당의 정석>

과거에 필자는 1억원 미만의 창업은 손대지 않았다. 최소 1억 5천만원은 되어야 일을 시작했다. 그 이유는 서두에 밝혔듯이 자신이 없어서였다. 권리금이 최소 5천만원도 안 되는 자리를 골라서는 성공시킬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억원 미만이라도 별로 두렵지 않다. 이미 많은 식당을 그 액수로 만들어봤고, 성공도 시켜봤고, 체인사업까지 나가도록 만들었다. 물론 그 금액으로 필자와 함께 창업하려면 번듯한 도심창업은 생각에서 지워야 한다. 역세권 같은 곳에서도 못한다. 당신이 아는 번화가, 프랜차이즈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차릴 생각을 아예 말아야 한다.


1억원도 되지 않는 돈으로 식당을 차리려면 첫째 조건은 나가야 한다. 그것이 가든형 외곽이면 좋고, 정 외곽이 싫다면 동네 상권에서도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경쟁자가 많지 않은 곳, 경쟁자가 많이 생겨나지 않을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건 매우 중요하다. 경쟁자가 나를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면 그 자리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잘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없어서 따라 하지 않고 부러워만 하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돈이 많은 경쟁자는 내 컨셉이 잘 먹히면 과감히 내 것을 카피해서 원조라고 대들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필자가 만든 식당을 인수해서 자기가 본점이라고 우기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서 필자를 거꾸로 겁박하는 ○○찌개 식당을 보고 황당했었다.


이건 매우 쉬운 이야기다. 경쟁자가 많은 번화가 도심에서 차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매우 쉬운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화가 창업을 동경하고, 그걸 목표하는 것일까?


당연하다. 자신의 무기가 변변치 않음을 인지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강점은커녕 장점도 없으니 평균치의 실력과 무기로 싸워낼 방법은 유동량이 이미 완성된 자리, 소비력이 좋다고 소문난 자리여야 살아남는다는 본능적 판단 탓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재주가 없어도 좋은 장사는 그런 몫이어야 한다. 어디서나 파는 편의점 물건들, 어디서나 동일한 값에 동일한 제품을 파는 신발, 의류점들은 그런 자리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 내 집 앞에서도 그것을 구할 수 있는데 어찌 먼 거리를 달려와서 쇼핑을 할 것인가? 뭐가 다르다고.


물론 집 앞에도 김치찌갯집이 흔하게 널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줄 서서 먹을 의미가 없다. 그저 가까이 있으니까 소비하는 것뿐이다. 속말로 ‘진짜 이거 하나 제대로 하는 곳 없나? 더 이상 가깝다는 이유로 여기서 먹기가 곤욕이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아니라고 부인하지 말자. 동네 부동산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식당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여긴 정말 먹을 만한 곳이 없어요. 제대로만 만들면 손님은 많이 올 거예요.” 이건 사실 부동산업으로 해야 하는 멘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보다는 “손님이 와도 모시고 갈 식당이 없어. 식당 수는 많은 데 진짜 손님을 데리고 갈만한 곳이 없으니 참내 나라도 차리고 싶다니까”라는 말이 진정성 있는 말이다.


어떤가? 이 말에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우리 집으로 와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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