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디자인>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유리잔
그립 유리잔
카린 에릭손은 손이 불편한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우아한 유리잔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손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은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장애 유형인데, 쥐는 힘이 약하거나 떨리는 증세, 감각이 없는 증세, 잡거나 힘을 주면 통증을 느끼는 증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대부분의 유리잔들은 손에 약간의 장애만 있어도 너무 무거워서 들지 못한다든지 또는 쥐는 부분이 너무 두껍거나 얇다고 느끼게 된다. 양손잡이용 플라스틱 컵의 경우가 그렇듯이, 장애인용으로 특별히 만들어진 제품들은 테이블에 앉게 되는 사람에 맞춰 식기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에릭손의 <그립 유리잔>은 우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중심 부근이 돌출되어 있다. 이처럼 가볍고 균형감 있는 유리잔들은 와인, 맥주, 물 등을 담는 용도로 쓰인다.
<그립 유리잔>은 스웨덴의 스크러프 글래스웍스와 협력하에 생산된 유리 제품 컬렉션이다. 이 제품들은 납 성분이 없는 재생 크리스털을 손으로 잡고 불어서 만드는 기법인 핸드 블로운 방식으로 제작된다. 대개의 음료수 잔들은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잡기에는 불편함이 있어서, 플라스틱 잔으로 대용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립은 이러한 문제에 착안해서, 누구나 잡기 어렵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즉 그립 유리 제품들은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이어서 놓치지 않고 단단히 잡을 수 있다. 카린이 주로 다루는 소재는 도자기와 유리인데, 그녀의 디자인 이면에는 인간과 제품 사이에서 물건을 만지고 바라보고 사용하면서 생기는 말 없는 언어의 상호 작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