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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4. 2017

03. 동굴 안팎에서 죄수가 본 것은 무엇인가?

<서양 철학>

동굴의 비유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그의 대화편 『국가론』의 중반부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에 잘 나타난다. 그의 이데아론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 비유를 살펴보자.


                    

죄수들이 동굴 벽을 향해 쇠사슬에 묶여있는 장면을 생각해 보라. 죄수들은 일생동안 그곳에 묶여있었으며, 그들의 머리는 동굴 벽을 향해 고정되어 벽 이외에는 어떤 것도 볼 수 없다. 그들 뒤에는 불이 있고, 불과 그들 사이에는 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데, 그들의 그림자가 동굴 벽에 드리워진다. 어떤 사람들은 동물 모양의 것들을 운반한다. 동굴 내부의 죄수들은 언제나 오직 그림자들만 볼 뿐이다. 그들은 그 그림자들이 실제의 사물들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은 결코 실제의 사람들을 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죄수들 중 하나가 사슬에서 풀려 실제의 불을 볼 수 있게 된다. 처음에 그는 눈이 부셔 불꽃을 전혀 볼 수 없지만 점차 익숙하게 되어 주변 세계를 보기 시작한다.


다음에 그는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어 햇빛을 완전히 보게 되지만 이번에도 밝은 빛에 눈이 부셔 당황한다. 이제 그는 서서히 전에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가련한 것이었는지 자각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는 그림자의 세계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밝게 빛나는 충만한 실제 세계가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그는 눈이 밝은 빛에 적응함에 따라 동료 죄수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며, 그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드디어 그 빛에 완전히 익숙하게 되자 태양을 직접 볼 수 있게까지 된다.



                    

다음에 그는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이 그림자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동료 죄수들이 쉽게 발견하는 그림자들을 더 이상 식별하지 못한다. 동료들은 그가 동굴 밖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실체의 세계를 보았다. 동료들은 여전히 피상적인 현상 세계에 만족하고 있다. 그들은 비록 밖으로 나갈 수 있다 할지라도 동굴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동굴 안에 갇힌 죄수들에 관한 이 비유에는 실재(實在)의 본질, 즉 이데아에 관한 플라톤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플라톤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동굴 안의 죄수들처럼 그림자와 같은 현상의 세계에 사로잡혀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산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를 하는 사람들은 동굴 밖으로 나가 실재세계의 일들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들만이 진리를 추구하며, 그렇게 추구하는 사람들만이 진리를 인식할 수 있다. 피상적인 지각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며 불완전하다. 


그러나 철학자들이 추구하는 형상(이데아)의 세계는 변하지 않으며 완전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 오감을 가지고 지각될 수 없다. 이데아들은 오직 사유에 의해서만 경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유를 통한 이데아 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동굴의 비유’에서 플라톤이 제시하는 이데아의 인식에 관해 살펴보자. 사유를 통한 이데아 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며, 그렇게 인식된 이데아의 종류에 관해 살펴보자.


플라톤(Plato)

                    

플라톤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인식은 혼의 작용인데, 혼의 능력은 ‘감각적 지각’(aisthesis), ‘추론적 이성’(dianoia 또는 logos) 그리고 ‘지성적 직관’(nous) 또는 ‘신적 직관’의 세 종류이다. 이 세 가지 인식능력을 위의 비유와 관련하여 살펴보자. 감각적 지각의 단계에서 인간의 혼은 감각적인 것에 사로잡혀 대상의 실상에 관한 정확한 인식(epistheme)을 가지지 못하고 의견(doxa)을 가질 뿐이다. 감각적 지각은 죄수들이 동굴에 갇혀 쇠사슬에 매여 있는 상태이다. 다음에는 묶여있던 죄수가 사슬에서 풀려나 고개를 돌릴 수 있게 되어 불빛에 드러난 실제의 사물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인간은 ‘추론적 이성’(dianoia)을 통해 사물의 본질을 직관할 수 있다. 추론적 이성은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변경하는 ‘이데아적 환원’의 단계를 거쳐 사물의 본질을 직관한다. 수학을 비롯한 모든 학적 인식이 여기에 속한다. 


추론적 이성에 의한 이데아 인식은 디아렉티케(dialektike)의 방식을 통해 수집된 자료들을 지성이 직관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런 직관을 ‘이데아적 직관’이라 할 수 있으며, 현상학적 ‘본질직관’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 이제 죄수는 동굴 밖으로 완전히 나가 태양을 보게 된다. 여기서 태양은 모든 존재의 근거인 선의 이데아를 상징한다. 태양의 빛은 사물들이 드러나게 할 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자라게도 한다. 태양은 인식론적 근거이면서 동시에 존재론적 근거이다. 이제 인간의 혼은 사물들의 본질을 인식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물들의 존재론적 근거인 선의 이데아를 직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인식은 신적 직관능력인 ‘누스’에 의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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