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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5. 2017

04. 감각으로는 참된 앎에 도달할 수 없다?

<서양 철학>

플라톤의 대화편

참된 앎은 감각을 통한 앎이 아니다 . _테아이테토스

플라톤은 일반적으로 그의 대화편들에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아래의 대화는 인식과 지각이 동일하다는 프로타고라스의 명제에서 시작된다. 테아이테토스도 처음에는 이 명제가 타당하다고 확신했다. 이 인식과 지각이 동일하다는 이 명제의 결과는 어떤가? 지각의 내용은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말하자면 관찰자의 감각기관의 질에 따라 달라지고 감각자의 주의력이나 단순히 그가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모든 인식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은 이 주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철학적 입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에서 발췌한 다음의 대화는 플라톤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크라테스 : 당신은 우리가 하나의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하는 것을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인정하십니까? 예를 들면 눈으로 들을 수 없고, 귀로 볼 수 없듯이 말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당연하지요.


소크라테스 : 만일 당신이 들은 것과 본 것에 관해 생각을 통해 어떤 것을 규정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청각이나 시각을 통해 이 둘을 지각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그렇지요.


소크라테스 : 그렇지만 음과 색에 관해 당신은 그들이 모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테아이테토스 : 물론이지요.


소크라테스 : 더 나아가 이 둘 가운데 각각은 다른 것과는 다르지만 자기 자신과는 동일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테아이테토스 : 당연하지요.

( … )


소크라테스 : 당신은 그 둘이 모두 서로 같지 않은지 아니면 같은지 검증해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테아이테토스 : 아마도 그렇겠지요.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감각기관인가를 통해 이 둘이 같은지 같지 않은지 확인해야(생각해야) 할 텐데, 그 감각기관은 어떤 감각기관이겠습니까? 왜냐하면 그 둘에 공통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은 청각을 통해서도 시각을 통해서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도 입증됩니다. 만일 그 둘이 소금 맛이 나는지 아닌지 검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어떤 감각기관을 통해 이것을 알 수 있습니까? 이것은 시각이나 청각이 아니라 어떤 다른 감각기관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더구나 맛을 아는 기관은 혀를 통해 작용하는 감각입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지요. 그러나 모든 다른 것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방금 언급된 소리와 색의 지각들에 대해서도 공통되는 것을 당신에게 나타내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이다”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능력은 무엇을 통해 작용합니까?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입니다. 당신은 우리 안에 있는 감각기관이 이들 각각의 지각들에 도달하게 해준 그것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테아이테토스 : 당신은 존재와 비존재, 같음과 다름, 더 나아가 하나(일자)와 기타 숫적인 어떤 것을 말씀하십니까? 더구나 우리는 영을 가지고 어떤 것을 지각하는데, 그때 몸의 어떤 기관을 통해서 그렇게 하느냐에 대한 당신의 물음은 짝수와 홀수 및 그와 관련된 모든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소크라테스 : 바로 그것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나는 그 기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각각의 감각적 지각들을 지각하는 각각의 감각기관들이 있듯이 존재나 비존재와 같은 어떤 것을 지각하는 그런 특수한 감각기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영혼 자신이 자기의 고유한 능력을 통해 모든 것에 공통되는 것을 관찰하면서 파악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습니다. 테아이테토스 씨, 당신은 정말 멋지십니다. 그리고 당신은 테오도로스가 말하는 것처럼 못생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아름답고 선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을 예외로 하면 당신은 아주 내 맘에 듭니다. 왜냐하면 영혼이 부분적으로는 자기의 고유한 능력을 통해 관찰하고 부분적으로는 감각능력들을 통해 관찰한다는 사실에 동의함으로써 나로 하여금 불필요한 논쟁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셨으니 말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며 당신도 그 생각에 동의하시기를 바랐습니다.


테아이테토스 : 바로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존재는 둘 중 어디에 속하겠습니까? 존재는 무엇보다도 모든 표상들에 공통적으로 동반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저의 소견으로는 영혼이 오직 고유한 능력을 통해서만 파악하는 것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같음과 다름, 동일성과 차이성도 그렇습니까?


테아이테토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선한 것과 악한 것도 그런가요?


테아이테토스 : 이런 것들에 관해서도 영혼은 과거의 것과 현재의 것을 미래의 것과 비교함으로써 더욱더 그렇게 존재를 그의 상반적인 관계에서 관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크라테스 : 너무 성급하지 맙시다. 영혼은 딱딱한 것을 만짐으로써 그것이 딱딱하다는 것을 지각하며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것의 부드러움도 그렇게 지각하지 않습니까?


테아이테토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존재와 존재하는 것들의 본질과 서로의 대립과 더 나아가 대립의 본질도 정확한 실험과 상호간의 비교를 통해 판단하고자 합니다.


테아이테토스 : 물론이지요.


소크라테스 : 그런데 감각적 지각, 즉 몸을 통해 영혼에 전달되는 모든 감각적 인상들은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감각적 인상들의 존재와 이용에 관한 반성들은 많은 연습과 통제를 통해 어렵게 서서히 시작되는 데 비해서 말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확실합니다.


소크라테스 : 그런데 일찍이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 감각을 통해 진리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테아이테토스 : 불가능하지요.


소크라테스 : 그러므로 감각적 인상들은 참된 인식이 아니고 단지 그 인상들에 관해 지성(오성)에 의해 확인된 것만이 참된 인식입니다. 왜냐하면 존재와 진리는 지성(오성; 분별력)에 의해서만 파악될 수 있을 뿐 감각을 통해서는 불가능함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그런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렇다면 감각적 인상들과 지성에 의한 인식은 그렇게 커다란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테아이테토스 : 그것은 옳지 않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 : 당신은 보는 것, 듣는 것, 냄새 맡음, 서리와 온기와 기타 그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부르십니까?


테아이테토스 : 감각적 지각이라 부르지요.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지각이라 부르십니까?


테아이테토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런데 우리의 추리에 따르면 이 지각은 진리를 파악할 수 없으며 따라서 존재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테아이테토스 :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참된 인식도 아니지요.


테아이테토스 : 그렇지요.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이제 감각적 지각과 인식을 동일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테아이테토스 :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비로소 감각적 지각과 참된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게 되었습니다.


(Platon, Sämtliche Dialoge. Band IV, Theaität. Felix Meiner Verlag: Hamburg 1998, S. 99~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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