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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5. 2017

04. 창업, 남이 가지 않은 길로 가라.

<CEO의 탄생>

돼지국밥은 부산, 대구 등 경상도의 향토 음식이다. 나는 부산 출신이지만, 이름이 주는 어감 때문에 돼지국밥에는 숟가락도 대보지 않고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S기업의 퇴직자 창업컨설팅 프로그램을 맡아 부산 지역 상권조사를 나가게 됐다. 워낙 손님이 많기에 모험 삼아 부산사상터미널역 부근의 돼지국밥집에 들어갔다가 난생처음 맛본 돼지국밥 맛에 완전히 반하고 말았다. 선입관과 달리 돼지고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고, 얇게 썬 고기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이후 큰 외식기업의 사장에게 돼지국밥의 사업화를 권했다. 시장조사 결과 서울에 있는 한 돼지국밥집은 고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외국인들에게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하는 육수가 친근하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은 돼지국밥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음식 이름을 경상도국밥이나 특정 지역명으로 바꾸고, 보쌈이나 수육, 냉채족발 등 곁들임 음식을 잘 설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 제안을 들었던 사장의 반응은 “다른 사람이 그걸로 성공한 적이 있느냐?”였다. 그러면서 직원을 시켜 돼지국밥을 사오라고 해서 먹어본 후, 돼지 냄새가 심하게 나더라며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6년 후 돼지국밥은 다른 사람에 의해 국밥프랜차이즈로 크게 성공을 거뒀다.

     

지난 40년간의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가맹점을 늘린 브랜드가 있다. 빙수전문점인 S브랜드와 가격파괴 테이크아웃 주스 전문점인 J브랜드이다. S브랜드는 3억~5억 원대 투자모델인 가맹점을 1년 만에 거의 400여 개 가까이 모집했다. J브랜드는 2년여 기간 동안 가맹점 700여 개를 모집했다. J브랜드의 가맹점 중 상당수는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입지에 입점해 있다. 

     

이처럼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사업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컨설팅을 해보면 대부분 사람은 검증된 것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컨설팅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걸로 성공한 사례가 있느냐?’이다. 혹은 사업 초기 아이디어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데 사업모델이 구체화할수록 점점 선발주자들과 비슷해지곤 한다. 모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이미 길을 갔던 경쟁자들과 비슷하게 변하는 것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업 기업의 사회적 존재 의미를 혁신에서 찾았다. 혁신에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뒤따른다. 창조적 파괴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파괴해야 하므로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렵다. 매년 국내에서 80만~100만 명이 창업하지만, 혁신적인 사례가 그토록 드문 이유이다. 

     

혁신은 다른 사람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므로 대부분 창업자가 두려워하지만 크게 성공한 기업은 대부분이 혁신적이다. 최초의 혁신자가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형 사업에서는 최초의 혁신자가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다음 도전자가 결점을 보완해서 혁신을 완성하고 성공을 거머쥐기도 한다.

     

창업할 때 혁신이 위험하고 무리라고 생각되면 적어도 경쟁우위 정도는 점검해야 한다. 더 나은 품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이나 기능 등 어떤 면이든지 기존의 동종 사업자보다는 우월한 경쟁요소를 가져야 한다. 창업자의 우둔함은 경쟁자보다 더 나은 무기도 없이 무조건 경쟁자를 뒤쫓게 한다. 먼 길 여행을 떠나는데 노잣돈도 준비하지 않고 옷가지도 챙기지 않는 격이다. 어떠한 경쟁우위도 없이 내가 하면 잘될 거라고 안이하게 기대한다. 

     

창업자가 독창성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검증된 아이템이나 업종을 선택하면 ‘그들처럼 성공하겠지.’라고 생각한다. 같은 사업모델이라면 뭔가 더 나은 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없다면 결국 아류에서 끝나고 말 것이다. 

     

프라다 가방 하면 떠오르는 건 가볍고 질긴 ‘포코노’로 만든 나일론 ‘백팩’이다. 품질 좋은 가죽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미우치아 프라다의 눈에 띈 포코노는 낙하산이나 비옷을 포함한 군수품 제작에 사용되는 나일론 방수재였다. 백팩은 처음에는 시장의 반응이 차가웠지만, 실용성과 독특한 개성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프라다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프라다는 여성복 컬렉션을 발표할 때도 실패를 통해 맹목적으로 유행을 추종하는 것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독창적인 스타일로 승부를 걸었다. 예쁜 여자 중심의 패션에서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패션에 매치시킨 것은 기존의 여성 패션과 다른 지향점이었고, 이는 대학 시절 정치적인 활동을 했던 미우치아 프라다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미우치아 프라다가 집안 사업인 프라다에 합류할 당시 프라다는 파산 직전이었지만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프라다는 패션업계에서 독특한 개성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삼각김밥과 규동 전문 프랜차이즈인 O사의 L사장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기업가다. 그의 중요한 사업 전략 중의 하나는 가격파괴다. L사장은 이전에도 3,000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파괴 피부관리실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당시 허름한 동네 피부관리실들의 서비스료도 2만~3만 원대였으니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삼각김밥 역시 L사장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에 불과했는데, 이것을 일본식 수제 삼각김밥을 판매하는 음식점으로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우리 주변에는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시도 덕분에 소비자들은 더 나은, 다채로운 소비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하나의 드라마가 끝나면 새로운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에 묶어두듯이 공급자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고객들을 신상품으로 유도한다. 가격 인하, 오프라인과 IT의 접목, 판매 방식 변경, 시장 세분화, 차별화된 인테리어 등 창업자와 기업가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기존의 사업을 다르게 포장하고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어떤 기업이 혁신에 성공할 경우 수많은 모방자가 등장한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사업이 자신의 시장 한계까지 시장 규모를 키우면 또 다른 혁신기업이 등장해서 기존 상품을 대체해나간다. 그렇다면 이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할지가 창업자나 기업가들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혁신적이어야 할까? 

     

정답은 첫째, 상품 및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과 관련이 있고 둘째, 창업자의 역량 및 자원과 연관성이 있다. 이 간단한 문제가 창업자의 심리 상태, 주변의 관계들과 얽혀서 현장에서 상담할 때는 복잡다단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상품이나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초기 단계일 때는 모방도 중요한 창업 전략 중 하나다. 시장이 커나가는 시점이므로 모방을 통해 시장에 진입해도 함께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기에 접어들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의 성장잠재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모방 창업은 신중히 해야 한다. 

     

업종 라이프 사이클은 신규 창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기존 사업자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CEO가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점검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이걸 소홀히 하는 순간 창업에서 실패하거나 큰 기업도 침몰하고 만다는 것을 나는 20년 이상 현장 컨설팅에서 확인했다. 

     

모든 상품이나 업종은 라이프 사이클을 갖는데, 어떤 경우에는 상품이나 업종의 라이프 사이클이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서 무시해도 좋을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업종이나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시장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다. 라이프 사이클이 바뀐 후에는 열심히 노력해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관심을 가지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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