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의 정석>
강의할 때 먼저 하수를 체크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장사가 생각만큼 안 됩니다. 준비하고 차린 메뉴를 손님이 잘 찾지 않습니다. 그럼 어떡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다른 메뉴를 개발한다고 답한다. 손님이 찾을만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일견 맞다. 그러나 틀리다. 새로운 메뉴보다는 가성비가 없는 본인의 음식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클리닉을 요청받고 현장에 가보면 상차림이 가관이다. 그럴 때 주인에게 “사장님이 손님이라면 이 음식을 그 돈 주고 사 먹을까요?” 이 말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진다. 그게 컨설팅이다. 대단한 것을 지적해야 컨설팅이 아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그것을 질책하고 개선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아주 쉬운 일이 바로 컨설팅이다.
메뉴를 늘린다? 도대체 어떤 메뉴를 개발해서 내놓아야 할까? 그걸 장사를 하다 보면 알아챌 수 있는가?
국숫집을 차렸는데 손님이 오지 않으니 밥 메뉴를 추가하면 되는가? 그래서 비빔밥도 만들고, 김치찌개랑 된장찌개도 추가하고, 저녁엔 당연히 삼겹살도 팔아야 하는가? 그럼 애초부터 그렇게 만들지 왜 국숫집을 차렸는가?
망하는 식당을 슬쩍 들여다보면
1. 점심 메뉴를 늘린다.
2. 가격을 일부 할인한다.
3. 모든 메뉴의 가격을 할인한다.
4. 작정하고 저녁 메뉴를 늘린다.
5. 결국 마지막 종잣돈을 털어 업종을 바꾼다(간판 교체).
6. 마침내 가게를 헐값에 판다. 만세를 부른다.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이 절차를 따르는 것을 보면 사람의 생각은 참으로 거기서 거기인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 사랑을 주기가 어렵지 한 번 주고 나면 그때부턴 쉽다고 한다. 그것처럼 처음에 메뉴 하나를 추가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한 번 어긋나면 그때부터 동네 모든 메뉴를 취급하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처음 국숫집을 차릴 때는 면 삶는 법도 배우고, 국물 맛 내기도 배우고, 국수에 어울리는 김치 하나도 배웠건만 메뉴를 추가할 때는 인정사정없다. 닥치는 대로 내준다. 정성이고 뭐고 없다. 일단 오늘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하니까 무조건 메뉴 늘리기에 혈안이 될 뿐이다.
특히 점심을 포기하고, 저녁에 맞는 메뉴 개발에 집중한다. 밥보다는 그래서 술로 공략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본능적 판단으로 과거 어릴 적 보던 실비집처럼 2016년에도 포차 메뉴를 식당에 적용시키는 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수는 당장이 급하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일희일비한다. 1억원 매출을 올리던 사람이 2천만원 매출이 하락했다고 징징대는 것을 보면 정말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