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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05. 2017

02. 내 돈이 사라지는 첫 번째 이유

<마법의 돈 굴리기>


손실 가능성


•인플레이션 : 서서히 내 돈을 갉아먹는다.


프랑스에는 삶은 개구리 요리가 있다고 한다. 식탁 위에 버너와 냄비를 가져다 놓고, 손님 앞에서 개구리를 산 채로 집어넣어 요리한다. 처음에는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부어 안심시킨 뒤 약한 불로 서서히 온도를 높인다. 아주 느린 속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개구리는 자기가 삶아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죽어간다.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같은 내용을 실험했다. 뜨거운 물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놀라 뛰쳐나오니까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인 15도의 물에 개구리를 넣고 아주 약하게 가열했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화상과 체력 고갈로 그 환경에 적응한 개구리는 서서히 삶아져 45도에서 죽었다. 이를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삶은 개구리 이야기처럼 우리가 애써 모은 돈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사라진다. 소리 없이 내 돈을 갉아먹고 있는 존재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다른 말로 물가상승률이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말은 돈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마트에서 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시간이 지날수록 적어진다는 것이다.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물가상승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도 알아두자. 온갖 신문과 뉴스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니까.


인플레이션의 첫 번째 문제는 장기적으로 조금씩 돈의 가치를 떨어뜨려 개인의 부를 정부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1981년까지 인플레이션이 심각했다. 연평균 7%씩 물가가 상승했다. 대략 10년마다 생활비가 2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1982년부터 1998년까지는 다시 완만해져서 연평균 3.3%였다. 인플레이션의 최고 수혜자는 정부였다. 이것은 실질소득이 아니라 명목소득에 따라 과세되는 세금 구조 때문이다.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부가 이전된 것이다. (‘명목이자’란 ‘이름뿐인’ 이자로 팸플릿에 나오거나 통장에 찍혀 있는 이자를 말한다. ‘실질이자’란 명목이자에서 물가상승 분을 뺀 값으로 ‘실제’ 돈 가치가 올라간 부분을 말한다)


아래 표는 원금 1,000만 원을 은행에 예금했을 때의 상황을 가정 


                    

첫째 줄을 보면 물가상승률이 0%, 실질이자율이 2%이다. 이때 명목이자율은 2%(=0%+2%)로 실질이자율과 동일하다. 예금이자 중에 세금(이자소득세, 15.4%)만큼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 수입은 30,800원(0.308%=2%×15.4%)이다. 세후 예금 소득은 169,200원(1.692%)이고, 물가상승률이 0%이니 세후 실질이자율은 1.692%이다.


셋째 줄과 같이 물가상승률이 4%로 올라가면 명목이자율이 6%가 된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세후 예금 소득이 5%가 넘어 50여만 원이 통장에 입금되니 기분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 분을 제외한 세후 실질이자율은 1.076%이다. 통장에 입금된 돈은 50만 원이 넘지만 물가가 올라서 실제 돈 가치가 늘어난 건 1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0%일 때 실질가치 상승이 169,200원이었는데, 107,600원으로 낮아졌으니 61,600원이 줄었다. 즉 36%(=61,600÷167,200)나 실질수익을 손해 본 것이다. 1.692%에 비해 0.616%p 이자가 줄어들었다. 감소한 이자 61,600원이 고스란히 세금으로 이전되어 정부 수입이 30,800원에서 92,400원으로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갈수록 정부 수입과 개인 수입(세후 예금 소득)이 같이 올라가니 모두에게 이득인 듯 보인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감안한 세후 실질이자율은 점점 줄어든다. 사적 영역(개인의 부)에서 공적영역(정부)으로 부가 이전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투자수익률을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979년과 1980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2~13%로 절정에 달했을 때, 재무성 단기채권의 수익률은 역사상 가장 높은 10~11%였다. 당시 재무성 단기채권 투자자들은 이처럼 높은 명목수익률 때문에 이자가 많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실질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즉 돈의 가치가 더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는 이자를 많이 받아 좋다고만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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