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06. 2017

07. 하수는 가격으로 싸운다?

<식당의 정석>


메뉴를 늘렸음에도 매출이 오르지 않으니 그 조바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드디어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싸게 파는 것, 즉 싼 것으로 유인하기다. 이때 아주 쓸모있는 카드가 점심 특선이다. 점심에 특별한 음식을 준비한다는 개념을 점심에 특별히 가격을 싸게 판다는 명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럼 부끄러움도 덜하다. 배달하면 5천원, 홀에서 드시면 3천원이라는 짬뽕집 현수막도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7천원짜리 음식을 6천원으로 내렸다고 손님이 갈까? 도대체 얼마 정도로 내려야 손님이 움직일까? 최소 4천원대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상은 시선을 잡아끌기 힘들다. 5,500원으로 내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편의점 도시락 가격 수준에 맞추지 않고서는 할인의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처럼 가격을 어정쩡하게 내리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 내릴 배짱은 없다. 남는 게 없다는 것을 확연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을 내리는 묘수로도 손님이 없는 상황을 타개할 길이 없다.


필자의 지적대로 과감히 가격을 내리는 식당이 있다. 경험이 그래도 풍부한 사람들이 하는 결정이다. 그러나 나만 손해 볼 수 없다는 심사가 거기에 담겨있다. 7천원에 팔던 뚝배기를 4,500원에 팔면서 당연히 양을 줄인다. 정작 있어야 할 내용물을 덜어내고 만든다. 당연히 반찬도 값싼 나물 위주다. 줘도 손이 가지 않아서 번번이 되돌아오는 그런 것들을 쓴다. 생선살보다는 밀가루 함량이 높은 무늬만 어묵을 볶아서 내준다. 바로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참 한심하다. 손님이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줘도 4,500원짜리면 군소리 없이 먹을 거라고 진짜 믿는 건지 묻고 싶다. 크림을 찍어 먹어야 하는 크림파스타를 5천원이라고 먹겠는가? 씹어도 삼켜지지 않는 질긴 수입육을 샤브에 내주고 6천원을 받는다고 손님들이 열광할까?


당신의 식당에 손님이 없는 까닭은 가격이 비싸서가 아니다. 식당이 요구한 가격에 맞는 가성비가 없어서다. 그리고 그것이 인정되는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조바심에 마음이 흔들리는 당신을 눈치채고 신경전을 벌이는 거다. 손님이 겨우 7천원짜리 음식을 가지고 식당을 건드려보는 것이다. ‘내가 안 가면 넌 가격을 내릴지도 몰라’라고!


아이들도 무한리필 고깃집을 재미로 가보곤 안 간다. 그들도 장금이의 입맛을 가지고 있다. 맛이 없는 데도 싸다고 가지는 않는다. 그저 호기심으로, 재미로 한두 번 가는 것뿐이다. 싼 가격이 통하려면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2천원 국밥치고는 참 실하다는 정도가 되어야 싸다는 장점으로 많이 팔 수 있다. 그런데 그건 정말 불가능하다. 그러니 그런 도전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이 싸다고 느끼는 가격으로는 손님이 볼 때 미동조차 않는다. 손님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려면 정말 각오하고 내려야 한다. 천원떼기 장사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럴 바에는 거꾸로 가격(원가)을 올려라. ‘맛창’식 산수를 잘하면 그게 더 빠른 길이다. 7천원 국밥을 4,500원에 팔지 말고, 차액 2,500원을 원가에 더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가격인 7천원을 받으면 된다. 그럼, 기존의 원가 2천원에 가격을 내리고자 마음먹었던 2,500원을 보태니 총원가는 4,500원이 될 것이다. 무려 7천원 뚝배기에서 원가가 60%를 넘게 될 것이다. 어느 식당에서 원가 60%를 넘게 주고 파는 집이 있던가?


4,500원을 받고 팔아도 2,500원이 남고, 7천원을 받고 팔아도 2,500원이 남는다. 과연 손님은 어디로 몰릴까?


이 계산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고 못마땅해 보이는가? 기어이 원가율로 산수를 셈해야 하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05. 게으른 자에게 창업은 대재앙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