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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0. 2017

07. 바쁜 CEO는 이런 함정에 빠진다.

<CEO의 탄생>

대부분 CEO는 바쁘다. 하루에도 약속이 서너 개씩 있고 결재할 일도 산더미 같아 눈코 뜰 새 없다. 그런데 속이야 어떻든 겉모습이 바빠 보이는 CEO라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돈을 내는 처지라면 몰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장소에서는 바빠 보이면 안 된다. CEO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보기에도 그렇고 회사 밖에서 보기에도 그래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게 출근하는 사람들은 덜 바빠 보인다. 지각하는 사람은 매우 바쁘다. 그래서 바쁘게 서두르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쉽다. 고객을 볼 시간도,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일하기도 어렵다. 적당한 여유야말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중요한 것을 챙기고, 우선순위를 가르는 기반이 된다. 바쁘다는 건 부가가치가 낮다는 것이고, 직원들에게 업무 이양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조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다. 

     

바쁘지만, 한가로워 보이는 게 바람직한 CEO의 모습이다. 당신이 CEO인데 너무 바빠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고, 생각 머리를 챙길 정신도 없다면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라. 


J사장은 사업을 상당히 잘하는 사람이다. 업계에서도 바깥에 얼굴을 잘 안 내밀고 전화 통화하기도 힘든 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런데 컨설팅 일로 J사장과 몇 달간 같이 지내보니, 외부에 알려진 그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놀랐다. J사장이 바빠서 숨도 못 쉴 거로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본 그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아 보였다. 

     

계속된 일정이 있기는 했지만 한 가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알뜰히 챙기는 모습은 바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외부와는 연락이 잘 안 되었지만 자기 사업 분야에서는 느긋하게, 하지만 꼼꼼하게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었다. J사장은 내부활동 및 외부활동을 할 때 꼭 필요한 일만 챙기면서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


만일 너무 바빠서 쉴 틈조차 없다고 말하는 CEO라면 그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시간을 분석하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업무를 이양해도 되는 일에 집착하는 건 아닌지, 특정 업무에 불필요하게 매달리는 건 아닌지, 일의 중요도를 제대로 못 챙기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닌지, 조직 구조가 잘못되어 있는 건 아닌지, 회사의 사업모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를 곰곰이 분석해보면 분명히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바쁘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바쁜 걸 자랑삼는 CEO들도 많다. 직원들에게 “내가 이렇게 바쁘게 뛰고 있는데, 너희들은 왜 더 바쁘게 뛰지 않느냐?”고 웅변하는 CEO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CEO가 지나치게 바빠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바빠도 바쁜 티를 내지 않는 것, 마음이 바빠도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하는 것. 실질적으로는 깊이 생각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정상적인 CEO의 상태이다. 

     

CEO가 바쁘면 부작용이 많다. 첫째, 의사결정에서 실수할 수 있다. 바쁘다 보면 진지하게 숙고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CEO의 가장 큰 권한이자 책임은 바로 판단력이다. 기업의 최종의사결정권자가 바빠서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다면 사운이 기울 수도 있다. 

     

둘째, 회사의 업무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CEO는 최고 감시인이다. 연초에 세운 목표가 단계별로 수행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큰 기업의 경우는 목표 관리제를 도입해서 회의나 점검을 통해 차근차근 목표 달성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보고하는 사람이 보고서를 위해 서너 시간 이상을 준비했다면, 보고받는 사람도 보고하는 사람이 준비한 시간의 일정 비율만큼 시간을 할애해야 보고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셋째,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대외활동이 많은 CEO는 내부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다. 회사의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챙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실무를 전혀 하지 않고 보고만 받아도 일이 많다. 재무, 마케팅, 영업, 인사, 협력업체나 거래처 관리, 구매, 고객관리, 신제품 개발, 시설안전관리 등. 

     

넷째, 조직원들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소홀할 수 없는 게 조직원들과의 관계다. 임원들은 물론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팀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신입사원들에까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CEO가 직원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업무 성과가 올라간다. 

     

다섯째, 시장의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 있다. CEO들은 대외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 정보 중에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많다. 유능한 CEO들은 자신을 스쳐 가는 정보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런데 너무 바쁘면 그런 촉각이 죽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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