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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0. 2017

09. 고수가 가격을 인상할 때?

<식당의 정석>

가격 인상에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뜬금없이 일방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혹은 배춧값이 엄청 오르거나 삼겹살값이 엄청 오를 때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명분 있는 인상에 손님이 동조하면 괜찮은데, 손님이 기분 나빠 발길을 끊으면 그땐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어느 작은 떡볶이집이 장사가 너무 잘 되니까, 해가 바뀌면서 어묵값을 700원에서 무려 900원으로 올려버렸다. 그 어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해가 바뀌어서라고만 했다. 어묵은 떡볶이를 받치는 부가메뉴다. 그리고 그건 미끼메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미끼메뉴의 가격이 200원이 올랐다고 보지 않고, 700원 판매가를 기준으로 해서 30%가 올랐다고 여긴 손님들이 항의의 표시로 떡볶이조차 사 먹지 않았다. 어묵에서 200원 벌려고 욕심내다가 떡볶이집 전체가 휘청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격을 부랴부랴 800원으로 내렸지만, 그 타격은 6개월 넘게 이어졌다. 그렇게 입은 손실은 그 집 평소의 매출로 봤을 때 수천만원은 되었을 것이다. 200원 더 벌려다 6개월 동안 망가진 대가로 얻은 손실이다.


이것과는 달리 해가 바뀌기도 전에 가격을 인상해야 했던 곳이 있다. 원래부터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았어야 하는데, 초보의 심정을 헤아려 조금이라도 손님들이 많이 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점주와 필자가 협의해서 1천원씩 내려서 매겼던 가격이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되고 안 되고의 유무를 떠나서 지나치게 원가가 높아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려야 지금처럼 완성도 높은 우동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서로 동의한 후에 어떤 명분으로 돌파할까를 고민하다 만든 내용이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정공법을 택했다. 계산착오, 바보 계산법이라는 카드로 손님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다행히 위트가 담긴 진심이어서 손님들은 우동값 인상에 대해 불쾌함이 없었다는 후문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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