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천 년의 가르침> 오늘의 주제는 신념입니다.
‘신념’에는 반드시 ‘원점(原点)’이 있다. 원점은 근본이자 시작점이다. 그러니까 신념은 양파처럼 껍질을 벗기다 보면 마지막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누구든 그 사람 안에 존재하는 신념은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은 들판에 핀 갈대처럼 연약하고 부족한 존재지만, 생각으로 광대한 우주를 초월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생각’은 ‘원점’, 그러니까 근본을 가졌다. 원점을 갖지 않고, 목표나 계획 없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산다면 결코 인간으로서의 진짜 기쁨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생각’은 어떻게 원점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말은 신념을 지닌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말이다. 그래서 옥스퍼드에서는 철학을 비롯한 윤리, 종교학 과목에서 ‘신념’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인다. 옥스퍼드의 교육에서 ‘신념은 사는 것 그 자체’를 말한다.
이를 통해 첫째로 우리 인간이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살아 있는 육체란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당연하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 이 사실을 인식하기는 꽤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둘째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이해한다.’ 불안한 경제, 재난과 재해, 질병 등 주어진 생을 영위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고난과 어려움이 수반한다. 고통 없는 인생이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셋째로 ‘인생의 그런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다.’ 바로 여기에서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의지가 될 수 있는 ‘원점’이자 신념이 생긴다. 나도 지금까지 살아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길의 방향을 지시하는 신념이 있는지 새삼 반성하게 되었다. 즉, 살아 있는 건 내 신념을 갖는 데서 비로소 시작된다.
다시 한 번 신념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신념’이란 ‘자신이 바르다고 믿는 생각이나 활동, 행동의 기초가 되는 태도’ 등을 말한다. 하지만 누구든 처음부터 신념을 지닐 수는 없다. 숙련된 선원이 되기 위해 다양한 지식과 항해의 경험이 필요하듯, 신념을 갖기 위해서도 학습과 경험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한다. 신념을 갖지 않은 인생은 마치 지도나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 옥스퍼드는 ‘신념은 곧 진짜 목표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다. 그리고 누구든 확고한 인생 목표를 갖고 살아가길 바란다.
학교 건물 외벽에는 ‘가고일(Gargoyle)’이라 불리는, 사람 얼굴을 한 조각이 붙어 있다. 가고일은 대학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이 반복해온 ‘고뇌’와 ‘기쁨’을 상징하고 있다. 이 가고일의 배치를 보면 전하려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첫 번째 가고일은 고뇌하는 표정이다. 이 ‘고뇌’의 표정을 담은 조각 옆에는 ‘생각’하는 표정의 가고일이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깨달아간다는 것이다. 그 옆에는 ‘기쁨’의 미소를 띤 조각이 있다. 이는 신념이 ‘고뇌’나 ‘고난’에서 태어나, 마침내 새로운 지식이나 발견이라는 ‘기쁨’의 미소를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부든 일이든, 일단 목표를 향해 ‘고뇌’하고 힘들어서 눈물이 날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그 고뇌가 ‘기쁨’으로 바뀌어 어느샌가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또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그러면 눈물과 미소의 상호작용이 인생 전체에 내재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신념이 있는 사람과 신념이 없는 사람의 차이는 ‘고뇌와 기쁨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에 달려 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빅터 에밀 프랭클은 이렇게 말했다.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 눈물은 당신이 고뇌하는 용기를 가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