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14. 2016

07. 중국 위안화의 미래

기축통화를 원하는 중국

                                                                                                                               

기축통화란?
     
기축통화(Key Currency)는 1914년 이전의 영국 파운드화처럼, 무역을 할 때 교역 대금 결제에 사용되는 통화(=결제통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0톤의 면사를 프랑스 방직업체와 거래하려는 독일 원사업체의 입장에서, 영국의 파운드화는 매우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는 결제통화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 누구나 파운드화를 가지려 노력했고, 자국의 외환보유고를 파운드화로 쌓아두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1913년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파운드화의 비중은 48%에 달했으며, 1860~1914년 중 세계 교역의 60%가 파운드화로 결제되었다.

또한 기축통화는 무역 거래 대금의 결제통화이자, 만일을 위해 쌓아두는 자금의 ‘준비통화’로써도 기능한다. 준비통화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2008년 금융위기였다. 당시 한국 정책당국은 2,012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환율의 급등을 막지 못했다. 당시 환율이 급등했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및 채권 매도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초과하며, 급격히 공포가 확산된 데 있었다. 특히 일부 시장 참가자가 외환보유고 상당 부분이 매매가 어려운 자산에 투자되어 있어 유동외채(단기외채+1년 이내 만기 상환 장기외채)보다 가용 외환보유고가 적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던 것도 환율의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는 외환보유고를 위기 상황에 누구나 가지기를 원하는 통화, 즉 달러나 유로 위주로 구성하기를 원한다.

일부에서 달러의 기축통화로써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2011년 6월 말 현재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60.2%가 달러화로 채워져 있으며 유로화의 비중은 26.7%, 영국 파운드화의 비중은 4.2%에 불과해 지금 달러화의 지위는 여전히 튼튼한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축통화의 조건은 경제력, 안정성, 교환성, 발전된 금융시장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기축통화의 첫 번째 조건은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즉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 정도가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도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기축통화의 두 번째 조건, 환율 및 인플레이션 변동의 위험이 덜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일단 후보는 달러와 유로 등의 선진국 통화만 남는다.

기축통화의 세 번째 요건인 네트워크의 이점(=교환성)은 달러화와 유로화 두 통화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나라의 수가 25개로 늘어나면서 모든 국제 거래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는 힘을 점차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의 마지막 조건은 발전된 금융시장으로 선진화된 금융시장을 갖추고, 금융의 국제화도 폭넓게 진전되어 있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해, 언제 어느 때라도 가격이 맞으면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상의 조건을 지금 만족하는가? 그리고 향후 10년 안에라도 가능한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10년 안에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중국의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아직 미국의 2/3에도 미치지 못하며, 최근의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확인되듯 통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금융시장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참으로 멀다. 당장 2016년 벽두부터 서킷브레이크 시스템 실행을 중단하는 것만 보더라도, 시장의 선진화 부분에서는 아직 신흥국 내에서도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2015년 8월 11일, 중국 인민은행이 대폭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결격 사유를 가지고 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그 힘에 걸맞은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이를 자각하지 못한 것 같다. 왜냐하면 8월 11일의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글로벌 투자자는 위안화가 앞으로 평가절하 되며, 신흥국 통화 가치의 연쇄적인 하락을 촉발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화로 그리고 기축통화로 위안화의 신분을 격상하고 싶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 하라는 정치적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중국의 인민은행은 독립적이지도 세련되지도 않았다. 충분히 위안화 평가절하의 가능성을 시사할 기회가 있었지만, 시기를 번번이 놓친 데다 정치적 압력에 쉽게 굴복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안화 평가절하 자체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수출 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으며, 나아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10년 안에는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위치를 획득하는 것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작가의 이전글 12. 누구나 따르는 리더가 되는 법(마지막 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