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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7. 2017

02. 한 쪽만 이길 것인가, 둘 다 이길 것인가?

<돈을 남겨둔 채 떠나지 말라>

2003년 3월 토지공사(현 LH공사)가 시행하는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 구역에서 두꺼비 집단산란지가 발견됐다. 이와 동시에 원흥이 방죽(산란지)과 구룡산(서식지)의 보존구역 설정을 두고 토지공사와 환경단체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토지공사는 가급적 초기 계획대로 개발을 추진하고 싶어 했다. 원토지소유자로부터 이미 토지를 매수했기 때문에, 환경보존을 위해 개발계획을 수정할수록 공사의 손실은 커질 터였다. 이에 맞서 택지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대책위원회는 두꺼비 산란지 및 서식지를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6월 시민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2차에 걸친 연구용역 시행, 3차에 걸친 시민대책위원회의 대안제시와 협의가 진행되었다. 초기에는 양측 모두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시민대책위에서 합의안을 제시했음에도 토지공사는 상가 택지를 분양하는 한편 업무방해 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며 애초의 계획을 밀어붙이려 했다. 시민대책위는 그들대로 기습벌목에 대항해 법원과 검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서명운동 및 천막농성을 하는 등 강경노선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이 1년 이상 계속되었다. 마침내 양측은 이렇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원흥이 방죽을 포함해 주변의 두꺼비 산란지와 서식지 보전구역을 설정하고, 산란지와 서식지를 연결하는 생태통로 및 대체산란지를 설치한다. 서식지 보전구역 및 생태통로를 포함하는 생태공원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고, 향후 관리를 위한 생태문화관을 건립한다. 이에 관한 비용은 토지공사에서 부담한다. 시민단체는 두꺼비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양측은 상생의 지역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조한다.


협상 초기에는 양측 모두 상대방을 이겨야 하는 분배적 협상으로 상황을 인식했다. 토지공사와 택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환경단체의 요구가 자신들이 얻게 될 개발이익을 훼손한다고 생각했고, 환경단체는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개발자들이 생태계를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것으로 여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자의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는 와중에도 협상을 결렬시키지 않고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만남과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는 점이다.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고, 마침내 가능한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토지공사와 택지 소유자들은 일부 지역의 개발을 못 하게 되었으나 그 대신 환경보존에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얻었다. 나아가 개발지구 전체가 친환경지역이 되면서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환경단체는 현실적으로 승산이 적은 상황에서 최대한 환경을 보전하는 방안을 도출했으며, 사회적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협상의 틀을 바꿈으로써 모든 이해관계자의 초기 목적을 달성하고, 기대가치 또한 높아져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집단 간 갈등도 상대방을 이기고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겠다는 분배적 인식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은 아닐까. 분배적 협상이 계속되면 결국은 윈루즈(win-lose) 협상이 아니라 모두가 손해를 보는 루즈루즈(lose-lose) 협상으로 가게 된다. 서로 자신이 이기겠다고 싸우다 결국 양자가 다 지고 마는 것이다. 청주 두꺼비 생태공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두가 이기는 윈윈 협상을 하겠다고 인식의 틀을 바꿀 때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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