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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7. 2017

09.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무슨 의미일까?

<경제학 위의 오늘>

바둑에 관한 한 가장 똑똑한 인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졌다. 인간의 직관을 흉내 내는 판세, 이해 능력, 형세를 판단하는 능력 등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가장 가깝게 흉내 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이 기술은 인간의 육체적 능력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인간 육체와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 그것이 도전하는 곳은 인간의 정신적 영역, 곧 ‘지적능력의 영역’이다. 이 인공지능은 인류 대다수에게 모자란 엄청난 지적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5개월 동안 알파고는 학습을 통해 프로 9단에 맞먹는 능력을 보유해 버렸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해도 정말 정말 잘한다는 말이다. 우리 중에 이 정도 공부 잘하는 사람은 0.1%도 안 될 정도로 지극히 소수다. 앞으로 계산능력이 향상되고, 빅데이터 산업이 발전하면 인공지능은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인지, 학습, 추론 등 고차원정 정보처리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인간은 지금까지 상상한 것을 다 실현했으니, 나는 그런 시대가 오리라고 예상한다. 그러면 기계는 웬만한 창의적 작업도 할 수 있게 된다. 적어도 나보다는 나은 창의성을 시도 때도 없이 발휘할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발휘하는 인공지능의 창의력보다 나은 창의력을 타고난 사람은 0.01%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알파고를 만들고, 통제하며, 명령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반면 이세돌을 포함하는 99.99%는 알파고의 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물론 나도 포함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인문학적 질문을 스스로 던질 정도로 ‘자의식’을 갖게 되는 순간 인간은 기계에 지배당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보며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로 보는 것보다는 공존을 생각하자고 한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도 “이번 대국의 승자는 인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둘 다 잘못된 판단이다. 인공지능시대가 도래해도 인류는 기계에 패배하지 않는다. 나아가 기술과 인간은 공존할 것이다. 하지만 공존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온 인류가 승자가 아닌, 0.01%의 승자와 99.99%의 패자, 곧 차별화된 방식으로 공존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시작된 기술과 인간의 공존방식에서 크게 벗어나 지 않을 것 같다. 곧, ‘기술을 소유하고 창조하는 승자’와 그것에 의해 ‘쫓기고 지배받는 패자’의 공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산업혁명 이후 기술은 육체노동자만을 패자로 만들었지만, 인공지능시대의 기술은 육체노동자는 물론 대다수 정신노동자마저 패자로 만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고 기술에 의해 최대의 인구가 지배당하는 경제, 그 속에서 최고 수준의 ‘알파고’를 소유한 극소수는 풍요와 안전을 누리면서 자유를 만끽하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빈곤과 불안에 떨며 자유를 박탈당하는 경제, 더 나아가 발전된 생산기술로 모든 인간에게 좋은 삶을 부여하지 않고, 소수 엘리트가 그것을 이용하여 사람을 쫓아내고, 대다수를 지배하는 경제가 인류에게 무슨 의미일까? 이세돌도 살 수 없는 경제라면 내 인생도 뻔하다. 빨리 태어나 죽을 것이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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