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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8. 2017

07. 우리가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마법의 돈 굴리기>

베버-페히너의 법칙 : 이사 갈 때 살림도 바꿔야?


결혼 10년 차인 김 차장은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다 최근 집을 사기로 했다. 몇 달간의 조사 끝에 큰아이가 입학할 초등학교가 가깝고, 아내의 생활이 편리하고, 본인이 출퇴근하기에 적당한 위치의 아파트를 선택했다.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지만 장기로 대출받아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알뜰하던 아내가 이사하는 김에 오래된 살림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냉동실에 자꾸 문제가 생기는 냉장고, 낡아서 시끄러운 세탁기, 2인용이던 작은 식탁 등을 바꿨으면 한다. 거기에 새집에 걸맞은 소파도 하나 샀으면 했다. 물론 김 차장도 오래된 작은 TV 대신 대화면의 최신형으로 바꾸고 싶긴 했다. 그런데 집 사는 것도 겨우 대출받았는데, 이것저것 살림을 바꾸자니 새로 수백만 원은 더 대출받아야 할 지경이다.


집을 사거나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봤을 만한 사례다. 평소라면 아주 꼼꼼하게 성능과 가격을 비교해보고 구입할 만한 값비싼 물건을, 신혼살림을 장만하거나 이사를 할 때면 너무 쉽게 결정한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인 집값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금액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베버-페히너의 법칙’이라고 한다. 독일의 학자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와 구트타프 페히너의 이름을 딴 법칙으로, 자극의 강도와 사람의 감각 사이에는 일정한 비례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자극이 강할수록 자극의 변화를 느끼려면 변화의 차이가 커야 한다. 예를 들어 양초가 10개 켜져 있는 방에 1개를 더 켜면 방이 환해졌다고 느낀다. 그런데 양초 100개가 켜져 있는 방에 1개를 더 켜면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인간의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자극의 강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베버-페히너의 법칙’은 우리를 부자가 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다. ‘얼마 되지 않는데!’라는 생각이야말로 최악의 생활비 파괴자다. 특히 이런 현상은 우리가 큰돈을 쓸 때 어김없이 나타나 고생해서 번 돈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 버린다. 스마트폰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보험뿐 아니라 액정 보호 필름이나 케이스를 사는 데에 스마트폰 가격의 10분의 1에 가까운 돈을 쓰는 사람도 많다. 그다지 쓸모도 없고 비싸기만 한 보험이나 액세서리에 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큰돈을 썼기 때문이다. 방금 100만 원짜리 물건을 산 사람에게 몇만 원은 푼돈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휴대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에 비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고민 없이 돈을 쓰게 된다.


<부자들의 생각법>의 저자 하노 벡은 이런 지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망설임 전략’을 제시한다. 큰돈을 썼으면 그와 관련한 지출은 일단 며칠 뒤로 미루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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