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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18. 2017

52. 희망을 파는 사람들 ♬




공감의 시대에 만나는 공감 작가 강원상의 <공감사색>을 만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선거 때마다 만나게 되는 희망을 파는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개인이 사기를 치면 경찰서로 가지만, 정치인이 사기를 치면 종종 면죄를 받는다.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부반장 후보가 된 나는 학급 아이들에게 공약을 걸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모두에게 햄버거를 돌리겠습니다!”

아직도 햄버거 때문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어쨌거나 나는 높은 지지율로 부반장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반장이 되려는 욕심에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해버린 것이었다. 부반장이 되었다는 자랑스러움 뒤에는 어머니의 홀쭉해진 지갑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때 처음으로 많은 사람과의 약속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5세까지의 보육 및 교육의 완전국가책임을 약속하여 맞벌이 부부의 표를 얻었다. 또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100% 국가 책임을 약속하여 몸이 아픈 가족들의 표를 얻었으며,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월 20만 원 지급을 약속하여 노년층의 표를 얻었다. 당선 후 그 수많은 공약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이것은 대국민 사기일까, 정치인으로서의 당연함일까?

나폴레옹은 말했다.
“지도자란 희망을 파는 상인이다.”

당선되면 반드시 이행하겠다던 정치인들의 헛된 공약에 국민은 각자의 염원을 담아 표를 던졌다. 그러나 정작 돌아온 것은 물건을 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잡상인 같은 무책임뿐이었다. 그들의 수많은 약속은 본인들의 목적지까지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만 했던 낙엽 그 이상도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는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에 대한 상설특검제’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자신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버리고 말았다. 이것이 진정성 있는 공약이었다면 피의자 신분이 되고 나서도 억울함만을 주장하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리 없다. 결국, 그 공약은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대통령 당선을 목표로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적은 한 줄이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지키지도 못할 수많은 희망을 팔았던 정치인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세이렌과 닮았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현혹하여 차가운 죽음의 바다로 몰았던 반인반조(半人半鳥)의 괴물 말이다. 그리스어 세이렌(seiren)은 영어로 사이렌(siren)이다. 위험을 부르는 소리가 위험을 알리는 소리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겐 듣기만 좋은 감언이설이 아닌 위기 상황에서 경보음을 울려줄 진정한 정치인이 필요하다. 




북 큐레이터 | 김혜연
티브로드, KBS DMB에서 아나운서와 리포터로 일했으며 MBC 아카이브 스피치 강사이다. 더굿북에서 <책 듣는 5분> 북 큐레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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