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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1. 2017

06. 다윗이 돌을 던지지 않고 골리앗을 이기는 법

<돈을 남겨둔 채 떠나지 말라>

1980년대 초반 IBM은 세계 최고의 컴퓨터 회사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무명의 소기업이었다. 그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업계를 평정한 데에는 IBM과의 협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PC를 처음 출시할 당시, IBM은 운영체제를 공급할 회사를 찾고 있었다. CP/M 운영체제에 기반한 디지털리서치라는 회사가 거론되었으나 정작 이 회사의 경영진이 시큰둥한 바람에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남은 대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DOS가 거의 유일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1980년 11월 IBM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총 43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 금액에는 DOS 가격 4만 5000달러, 몇 종류의 16비트 언어 가격 31만 달러, 수정 및 테스트, 컨설팅 비용 7만 5000달러가 포함돼 있었다.

애초에 IBM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높은 최초가격과 로열티를 요구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장의 돈 대신 DOS를 다른 회사에도 팔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판매권을 확보한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이 PC를 팔아서 얻은 전체 이익보다 큰 금액을 DOS를 판매해서 벌어들이게 되었다.


IBM은 업계의 선도기업이었지만 PC시장의 판도를 잘못 예측하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처음에는 디지털리서치의 설립자를 IBM에 소개해줄 정도로 DOS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운영체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DOS의 판매권을 확보하는 계약을 성사시켰고, 외부에서 관련 기술을 사들이는 정성을 보이며 DOS와 관련된 각종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IBM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이었던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무명에 가까운 조그만 회사였다. 그럼에도 협상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전혀 밀리거나 손해 보지 않았다. IBM은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하는 거래조건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요구한 계약조건은 자신의 대안을 더욱 다양하게 해주고 강화하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IBM과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다른 업체에 판매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회사의 규모나 자금력이 협상에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기술력과 정보력, 통찰력, 무엇보다도 대안의 존재 여부가 협상력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대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고, 글로벌 기업 IBM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자사의 규모나 자금력을 과신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 소위 ‘갑질’도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서는 쥐도 고양이를 문다고, 상대방이 어차피 손해 볼 바에야 혼자 죽지는 않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약자에게는 ‘나 죽으니 너도 죽자’ 식의 극한처방이라는 최후의 대안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협상력은 규모나 자금력 등의 파워에서 나오지 않는다. 협상력은 대안이 있는지 여부로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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