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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4. 2017

08. 목적에 협상의 초점을 맞춰라.

<돈을 남겨둔 채 떠나지 말라>

‘목적 중심의 협상’으로 가장 친근한 예는 그 유명한 ‘서희의 담판’이다.

993년 거란의 장수 소손녕은 고려가 영토를 침범하고 있으므로 징벌하고자 왔다는 말을 퍼뜨리고, 고려에 글을 보내 80만 군사가 왔으니 항복하라고 했다. 이에 협상을 위해 서희가 파견되었는데, 이들은 상견례 때부터 예법을 내세워 신경전을 벌이며 팽팽히 맞섰다. 마침내 이루어진 첫 협상에서 소손녕이 말했다.

“당신의 나라는 신라 땅에서 일어났고 고구려의 옛 땅은 거란의 소속인데 고려가 침식했다. 또 고려는 거란과 연접해 있으면서도 바다 건너 송나라를 섬기는 까닭에 이번 정벌을 하게 된 것이다.”

서희와 소손녕의 외교 담판 모습을 묘사한 기록화



그러나 그와 마주한 서희는 송나라에 외교사절로 다녀온 바 있고, 국방정책을 수립하는 병관어사를 지낸 경험도 있는 베테랑이었다. 그는 국제정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토대로, 진군은 하지 않으면서 항복만 강요하는 거란의 움직임에서 협상 가능성을 포착했다. 얼핏 보기에 거란의 입장은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강경 일변도였지만, 서희는 거란이 송 및 여진과 대치하고 있던 터라 후방의 안전을 확보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려의 복속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여진으로부터 거란이 빼앗은 압록강 서쪽의 옛 고구려 땅을 고려에 돌려주고 길을 낸다면 거란과 국교를 맺을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거란 또한 자신의 진정한 목적인 후방의 안전을 도모할 방법이므로 서희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비록 송나라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대가를 치렀지만, 이로써 고려는 눈앞의 전쟁을 피하고 이전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한다는 중요한 목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극한의 입장이 대치한 전쟁 상황에서도 이면의 진정한 목적을 자세히 검토하면 접점을 찾고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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