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28. 2017

03. 명군불현노와 보복운전

<서진영의 KBS 시사고전 2>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보복운전 방지용 토시’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봤더니, 팔에 밀착되는 토시 위에 험한 문신 무늬가 그려져 있어서, 마치 피부에 문신을 새긴 것처럼 보이게 하는 토시라고 합니다. ‘웃픈’ 것은 이것을 운전할 때 끼고 있으면 보복운전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발상에서 이런 상품이 나왔다는 것이지요. 

     
이런 아이디어 제품이 나올 정도로 많은 보복운전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복운전 원인은 진로변경 시비가 53%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끼어들기 시비 (23%), 병목구간 양보운전 시비(10%), 경적·상향등 사용(7%) 등의 순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의 45%는 고의 급제동으로 보복했고, 지그재그 운행을 통한 진로방해 (24%)와 상대 차량을 밀어붙이는 행위(15%), 상대 운전자 폭행도 7%나 됐습니다. 특히 상대 운전자에게 BB탄을 발사한 사례도 두 건이 있었습니다.
     
‘일조지분 망기신(一朝之忿 忘其身)’, 하루아침의 분노로 몸을 잊고 인생을 망친다는 〈논어〉의 고사도 있지만, 이렇게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보복운전이 심해지는 것을 보며, 그 반대 관점에서 명군불현노(明君不懸怒)를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명(明, 밝을 명), 군(君, 임금 군), 불(不, 아니 불), 현(懸, 매달 현), 노(怒, 노할 노)   


현명한 군주는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이 말은 〈한비자〉 ‘논란(論難)’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실 군주가 노여움을 나타낸 채로 있으면, 아랫사람들이 상사의 노여움과 자신의 죄를 두려워하여 수작을 꾸미고 군주를 해치는 것이지요. 그러니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노여움을 잘 참고 숨길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자동차를 운전하는 우리는 옛날 왕의 가마보다도 더 좋고 편리한 자동차를 타고 다니니, 모두 군주가 아닙니까. 그러니 현명하게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보복(報復) 운전이라는 말은 앙갚음이라, 남이 저에게 해를 준 대로 저도 그에게 해를 입힌다는 뜻이니, 먼저 상대편의 실수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현명한 군주이니, 내가 먼저 이해하고 노여움을 풀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운전하면서 실수를 했을 때는 먼저 비상 깜빡이를 깜박거려 주거나, 창문 열고 손 흔들기 등 마음을 표현하는 습관을 통해 서로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현명한 군주는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명군불현노(明君不懸怒)를 생각하며 보복운전, 우리 모두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요? 집중단속을 해서가 아니라, 처벌규정이 강해져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너그러운 마음에서 보복운전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우생마사,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