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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4. 2017

04. 일반화를 버려라.

<프렉서블 씽킹>

속도 중심의 판단 메커니즘, 일반화


또 다른 석기시대의 자동 모드로 ‘일반화’가 있다. 일반화란 자신의 경험에 비춰 모든 걸 결정하는 행동을 뜻한다. 우리 뇌는 매 순간 자신이 인식한 상황과 과거의 경험을 비교한다. 예컨대, 음료가 든 컵을 보며 과거에 컵을 사용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로 인해 컵을 손에 들고 팔을 이용해 입으로 움직여 그안에 든 액체를 삼키는 동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도, 본능적으로 컵에 담긴 물을 마신다. 이때 그 컵이 플라스틱컵 또는 유리컵인지, 크거나 작은지, 컵에 든 액체의 색이라든지 이런 정보는 뇌에 그리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컵과 관련하여 기억하는 모든 내용에 따라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길 뿐이고, 덕택에 최소한의 뇌 활동만으로 그 행동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이런 일반화 과정에서는 우리 뇌 중 오래된 부위만이 활성화된다. 해당 부위의 반응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측정능력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의 일상에서는 이렇게 대략적이고 일반화된 측정만으로도 충분했다. 석기시대의 우리 조상에게는 빠르고 보편화된 판단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였다. 예컨대, 거친 숨소리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피할 곳부터 찾고 일정거리를 두고 나서, 그 소리가 위험한 맹수의 소리인지 아니면 높은 곳을 오르며 힘들어하는 다른 원시인 때문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안전했다. 그때만 해도 ‘그 상황이 실제로 위험한 상황인지 심사숙고하지 말고 다소 심하다 싶을 만큼 도망부터 치고 보라’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렇게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최대한 빠르게’라는 판단 메커니즘으로 우리 조상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다소 느리지만 뛰어난 정확도를 자랑하는 현대적 뇌 부위가 아니라 다소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빠르게 판단하는 옛 뇌 부위를 따르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은행 ATM 기계 앞에 서서 돈을 인출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 당신의 관자놀이에 총을 대며 위협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총의 모델명, 범인의 향수 또는 그의 이름 등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순간 우리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하는 건 도망치느냐, 그와 맞서느냐 딱 두 가지다. 덧붙여 말하자면 무기라고는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는 우리가 관자놀이에 총이 닿은 순간 어떻게 생명의 위협을 느낀 걸까? 그건 바로 TV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석기시대의 뇌는 시시때때로 TV에서 중요한 정보를 습득한다.

이렇듯 생활의 지혜가 되기도 하는 일반화는 지금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자동 모드가 우리 앞길에 훼방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해결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특이점이나 옛 경험과의 차이점을 간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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