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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04. 2017

64. 도박사의 오류 ♬

<지혜의 심리학>

                                                                                                                         



‘생각의 원리를 깨우쳐 행복에 이르는 길’을 다룬 책, <지혜의 심리학>을 여러분과 만나는 오수진입니다. 오늘은 왜 문제에 부닥쳐 해결책을 쉽게 찾지 못하는지 생각해봅니다.

몇 년 전, 한 온라인게임 회사와 공동으로 수행했던 프로젝트에서 생긴 에피소드이다. 이 회사는 새벽에 걸려오는 상담 전화를 분석했더니 상당수가 짜증 섞인 욕설이었다. 이에 응대해야 하는 상담원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짜증과 원망 중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 대개는 황당한 것이었다. 온라인 고스톱 게임에 빠진 어느 중년 남자는 상담원에게 이렇게 짜증을 냈다.

“내가 지금 고스톱을 수백 번째 치고 있는데 아직 오광이 안 나왔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도대체 프로그래머가 고스톱을 알기나 하는 건가요?” 쓴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 하는 고스톱이 첫째 판이든, 오백 번째 판이든 오광이 나올 확률은 언제나 같고 극히 희박한 경우다. 

이와 같은 사례는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야구 중계를 하는 해설자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저 선수가 이번 타석에는 안타를 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좀 이상하다. 오늘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오늘은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안타를 못 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들은 이 순간을 하나의 독립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일련의 흐름으로 본다. 심지어 그것이 더 지혜로운 판단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른바 이젠 자신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라며 기다리는 현상이다. 이를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제1차 세계대전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적군의 포탄이 한 번 떨어진 자리는 다시 포탄이 떨어지지 않으니 그 지점으로 피하라고 병사들을 교육했다. 이는 전쟁터에서 속설로 굳어져서 많은 병사가 믿었다. 이후에 실제로 전장에서 같은 자리에 포탄이 두 번 떨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관찰하면서 더욱 믿을 만한 사실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포 전문가나 수학자들은 이를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포탄이 어떤 자리에 떨어지든 그다음 포탄이 어디에 떨어지느냐는 완벽히 새로 시작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게 된다. ‘왜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을 때, 특정한 어느 하나가 발생할 확률을 더 과대평가할까?’

포탄과 관련된 믿음은 도박사의 오류에 해당한다. A와 B가 일어날 확률은 항상 절반씩인데도 이전에 발생한 A와 B의 누적 빈도에 따라 A나 B 중 어느 하나에 더 강하게 끌리는 현상이다. 각각의 사건은 전후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독립적인 사건이지만, 논리적으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원인은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라도 상호 연관된 사건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경향에 있다. 또한, 묶인 사건 전체의 확률은 일종의 균형에 수렴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집단의 ‘평균 몸무게’처럼 평균을 추정할 때, 매우 특별한 몸무게를 가진 집단 구성원을 만났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그 구성원의 몸무게를 상쇄하는 반대의 몸무게를 가진 다른 구성원이 그 집단에 있을 것이라는 편향적 추리를 한다. 물론 이는 올바른 추정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난’ 후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접한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측할까? 아무 상관도 없는 과거의 독립된 사건인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자. 지금 나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과거의 일 때문에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낙관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북 큐레이터 |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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