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KBS 시사고전 2>
가을, 빛깔 고운 빨간 사과가 아삭아삭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그런데 사과는 늘 세상을 변화시켰지요. 가장 먼저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로, 지혜의 열매로 상징됩니다. 둘째는 뉴턴의 사과입니다. 전설이지만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셋째는 애플사의 사 과라고 합니다. 한입 베어 문 애플사의 사과 로고는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의 사과에 뒤이어 세상을 바꿀 미래의 사과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직접 만든 사과’입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우리 부엌에서, 다양한 사과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바로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사과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레시피로 빵, 케이크, 과자, 초콜릿, 피자 등을 만들 수 있는 3D프린터가 시판되고 있기도 하지요. 식재료를 캡슐에 넣고 출력 버튼을 누르면 3D 프린터의 노즐이 요리의 모양, 성분, 농도에 맞춰 재료를 혼합해 음식을 ‘출력’합니다.
이를 보며 저는 질석성양(叱石成羊)이 떠오릅니다.
질(叱, 꾸짖을 질), 석(石, 돌 석), 성(成, 이룰 성), 양(羊, 양 양)
〈신선전(神仙傳)〉에 나오는 이 말은 바위를 양으로 바꾼다는 뜻으로 신기한 기술이나 괴이한 현상을 비유합니다.
옛날 황(黃) 씨 성을 가진 초기(初起)와 초평(初平) 형제가 있었는데, 산에 양을 먹이 러 간 14살 난 동생이 도사(道士)에게 신기한 재주를 배우느라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형이 동생을 찾아 나섰고, 며칠 후 산꼭대기에서 겨우 동생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양들은 모두 어디에 있느냐?”
그곳에는 흰 바위 하나만 있는 것입니다. 형이 양을 잃어버렸다고 자신을 원망하자 동생은 흰 바위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양들아, 일어나라!”
고함 한 번에 흰 바위는 순식간에 수만 마리의 양들로 변하였지요.
고함 한 번처럼, 버튼 한 번 누르면 3D 푸드 프린터가 사과, 케이크, 과자를 만들어내는 신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바위를 양으로 바꾼다는 뜻의 질석성양(叱石成羊)을 보며, 더욱 편리한 시대를 만드는 새로운 시대의 기술 3D 프린터에서도 한국이 보다 앞서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