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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5. 2017

10. 몰입 걷기를 즐기기 위한 제언 (마지막 회)

<몰입 걷기>

1. 내 안의 나와 솔직하게 만나기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산만해질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부정적 감정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에 대한 ‘분노’, 타인에게 받은 ‘상처’, 관계로 인한 ‘불편함’을 비롯해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부담’과 ‘절박함’ 등 온통 ‘화’로 가득하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고 인정하는 일은 사실 무척 어렵다.

몰입 걷기는 내면의 집중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때 억눌러놓았던 감정들이 강렬하게 올라와 괴로움과 마주하게 되지만, 우리가 몰입 걷기를 선택한 이유는 이 같은 복잡한 감정과 생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온갖 생각과 감정들이 머릿속으로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올 때는 앞서 배운 대로 호흡부터 붙잡는다. 복식호흡으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틱낫한 스님은 이럴 때 들숨에서 “나는 내 안에 화가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날숨에서 “나는 이 감정이 불쾌하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라고 일러주신다.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라는 말씀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이든,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부담이든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감정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평온해지고, 생각은 단순하게 정리될 수 있다. 마음을 비우면 몸도 가벼워진다. ‘내 안의 나와 솔직하게 만나는’일은 몰입 걷기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가장 기본적 요소다.


2. 느린 속도 즐기기 


몰입 걷기는 일단 걷는 속도가 느리다. 평소의 걸음과 다른 속도가 낯설다. 걸음마다 느껴지는 낯섦과 불편함을 해소하지 못하면 몰입 걷기를 즐길 수 없다. 이럴 땐 천천히 걷는 동안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이 긴장하는 느낌, 다음 걸음으로 옮길 때까지 공중에 놓인 다리의 자유로운 감각, 운동화 밑창을 통해 전달되는 지면의 상태 등 몸으로 느낀 정보들은 더 이상 낯섦이 아닌 새로운 감각이 주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행위 자체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은 몰입을 위한 마음훈련의 기본이다. 몰입 걷기의 참 재미를 알아갈 때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3. 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이기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산책로나 산사에서 몰입 걷기를 할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우선 자연의 향을 즐길 수 있다. 호흡할 때마다 공기에 묻어 몸속으로 함께 들어온 푸른 향기에 집중해보자.

평소 같으면 그저 “아, 공기 좋다” 하고 말았겠지만, 숨을 통해 몸으로 인지하고 난 후에는 미처 몰랐던 각양각색의 향취에 깜짝 놀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흙의 감촉도 다르고, 둥글고 뾰족한 돌의 느낌도 제각각이다. 그저 똑같은 새소리에 불과했던 지저귐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된다. 호흡을 유지하며 주변에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자연의 선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몰입 걷기의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가끔 걷기를 멈추고 좋은 곳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의 감각을 깨우는 나무, 돌, 새, 바람을 마음껏 느껴보는 것도 좋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감성과 행복의 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4. 도심의 몰입 걷기에서 재미 찾기 


출퇴근 길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시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현관까지 걷는 시간, 점심식사 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시간,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를 기다리며 쇼핑몰을 거니는 시간 등 몰입 걷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물론 자연 속 산책로보다 시끄럽고, 공기도 나쁘고, 오가는 사람도 많아 쉽게 산만해질 수 있지만 나름의 재미를 개발할 수도 있다.

먼저 호흡을 붙잡는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의 흐름에 집중한다. 그리고 최대한 긴장을 푼다는 마음으로 걷는다. 이때 걸음은 평소 몰입 걷기를 할 때보다 조금 빠르게 해도 괜찮다. 눈에 띄는 행동으로 주변의 시선을 받게 되면 오히려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다. 주변 상황을 고려해 평소 걸음보다 조금 느린 정도면 된다. 처음에는 ‘과연 될까?’ 생각되겠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몰입 걷기에 성공하고 나면 전혀 다른 경험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지만 마치 혼자 있는 듯 고요히 자신의 마음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재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점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나 서로 섞여 어지럽게 들려오는 각종 소음으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이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지금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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