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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9. 2017

03. 미래에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가?

<100세 인생>

인류의 역사는 지속적인 기술 진보의 역사이기도 하다. 1899년 미국 특허청장이었던 찰스 듀얼(Charles Duell)이 “발명될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발명되었다”라는 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인류의 지식은 계속 진보를 거듭했다. 각 세대가 이전 세대만큼 똑똑한 데다 이전 세대가 쌓아놓은 지식까지 물려받는다면, 세계는 이런 지식의 또 다른 측면을 탐구하여 새로운 통찰을 얻음으로써 기술의 진보를 이룩한다.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멋지게 표현했듯이,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과거의 일자리를 없애고 새로운 과제와 역할을 창출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곧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인식하지만,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사실은 아직 인식하지 못한다. 영국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를 파괴했던 러다이트(Luddite) 운동에서부터 미국 존슨(Johnson) 대통령의 기술, 자동화, 경제 발전에 관한 국가위원회(National Commission on Technology, Automation, and Economic Progress) 설립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는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했다. 지금도 이러한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로봇 공학, 인공지능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인은 앞으로 60여 년 동안 일자리를 계속 찾을 수 있을까.

사진:  Freepik.com


이것은 깊이 논의해야 할 문제이고, 이러한 논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마틴 포드(Martin Ford)의 분석은 생각해볼 만하다. “전체적인 고용에 미치는 위협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창조적인 파괴가 진행됨에 따라, 파괴는 주로 소매업이나 제품 조달과 같은 노동집약적인 사업에서 일어날 것이고, 창조는 사람들을 많이 고용하지 않는 새로운 사업과 산업을 발생시킬 것이다.” MIT 교수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과 앤드루 매카피(Andrew McAfee)는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와 그 밖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지적 능력에 도움이 된다… 증기기관과 그 후예들이 육체적 능력에 도움이 된 것을 생각해보라.”


체스판의 나머지 반

1965년 인텔의 제프리 무어(Geoffrey E. Moore)는 반도체의 처리 능력이 대략 2년마다 두 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그의 예상은 아주 정확했다. 

1981년 빌 게이츠(Bill Gates)는 640킬로바이트 메모리면 모든 사람들에게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후, 컴퓨터의 처리 능력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2년 동안에도 예전에 누적된 처리 능력과 비교하여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체스판의 서른두번째 칸에서 서른다섯번째 칸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처리 능력은 처음 서른두 개 칸에 걸친 처리 능력 누적 합계의 여덟 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무어의 법칙이 앞으로도 계속 적용된다면, 앞으로 6년 후에는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예를 들어 무인자동차에 들어가는 기술 수준에 비해 여덟 배로 증가한다.


고용의 공동화

이처럼 놀라운 추세는 어떤 결과를 일으킬 것인가. 로봇과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SF소설 같은 요소가 더해져서 <터미네이터> 식의 시나리오 또는 의식의 본질에 관한 <블레이드 러너> 스타일의 형이상학적 고찰로 넘어가버리는 듯하다. 이러한 논쟁을 하다보면, 차라리 현실로 되돌아와서 기술이 이미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상에서 출발하는 편이 더 낫다. 그러면 왜 많은 평론가들이 일자리가 없는 미래를 걱정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직업별 고용 비율의 변화


표는 고용의 공동화(空洞化)라고 알려진 현상을 보여준다. 이것은 미국 데이터이지만, 다른 선진국들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이 데이터는 비숙련 노동자 고용과 숙련 노동자 고용 비율의 변화를 나타낸다. 1979년 이후로 숙련 노동자 고용과 비숙련 노동자 고용은 모두 증가했으나, 반숙련 노동자의 고용은 감소했다. 숙련도 스펙트럼의 중간이 아닌 양끝에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동시장이 공동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선 일자리를 과제들의 집합으로 생각하는 편이 유용하다. 이를 위해 MIT 경제학과 교수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와 공저자들은 일자리를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요소에 따라 분류했다.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가 혹은 신체 능력을 요구하는가. 반복적인 과제가 주어지는가 혹은 반복적이지 않는 과제가 주어지는가. 오터는 반복적인 과제란 쉽고 따분한 과제가 아니라 작업 지침서를 통해 수행 절차를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과제를 의미한다고 했다. 은행의 창구직원은 인지적이고 반복적인 과제를 수행하지만, 조립 라인에서 분류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신체적이며 반복적인 과제를 수행한다.

이미 상당 부분 기술로 대체된 것은 반복적인 과제들을 포함한 일자리들이다. 반복적인 과제는 구체적인 작업 지침서를 통해 기술될 수 있기 때문에, 컴퓨터와 로봇이 수행하도록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할 수 있다.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는 로봇이 재고를 쌓아놓은 선반을 가져와서 포장 담당 직원에게 전해준다. 이와 동시에 로봇은 주문이 들어온 제품에 관한 정보를 중앙처리 시스템에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람의 개입이나 의사 결정이 없이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센서 기술에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숙련 노동을 요구하는 수많은 일자리는 인지적이든 신체적이든 간에 반복적인 과제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공동화가 발생한다. 기술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보다 낮은 비용으로 컴퓨터와 로봇이 이러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이 미래의 고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려면, 다른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기술은 반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에, 숙련 노동자가 하는 일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는 교육받은 숙련 노동자를 위한 보완 수단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는 반숙련 노동을 대체했지만, 생산성을 증진하여 숙련 노동자의 소득을 높여주었다. 숙련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이에 따라 그들의 서비스 수요도 증가한다. 이때 비숙련 노동자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생산한다. 이러한 대체 효과, 보완 효과, 수요 효과로 인한 결과가 바로 노동시장의 공동화인 것이다.

이제 기술 혁신이 숙련 노동을 보완하는 대신 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들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오랫동안 증가하다가 2000년부터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널리 인용되고 있는 옥스퍼드대학교의 칼 프레이(Carl Frey)와 마이클 오즈번(Michael Osborne)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미국 일자리의 47%(6천만 개)가 이러한 추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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