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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9. 2017

01. 다윈도 몰랐던 사랑의 가치?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닮았을까>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1860년 미국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Asa Gray)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공작새의 깃털을 볼 때마다 속이 불편해져’라고. 일부 동물들이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을 하는 것은 그의 자연선택 이론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유기체들의 특성은 식량 구하기나 적의 공격에 대한 방어에 맞게, 즉 생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화려한 색깔과 장식은 그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고 (처음 볼 때는) 생존경쟁의 기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아름다운 장식물은 심지어 동물들에게 위험을 안겨주기도 한다. 눈에 잘 띄는 색깔은 맹수의 표적이 되기 쉽고, 땅을 끄는 긴 꼬리 깃털은 도망갈 때 방해가 되며, 크고 멋진 뿔을 달고 다니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물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인가?

위의 관찰을 토대로 다윈은 성적선택 이론을 펼쳐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의 아름다운 다양성을 이끄는 원동력은 생존 의지보다는 번식 욕망에서 나온다. 다윈은 광대파리에서 텅가라개구리까지 대부분 동물류의 암컷은 섹스하는 데 있어서 망설이고 까다롭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컷들은 선택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구애하고 서로 결투를 한다.

다윈에 의하면 성적인 경쟁은 모든 종류의 무기를 개발하여–예리한 이빨, 힘센 근육, 길고 뾰족한 뿔로–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에서도 경쟁한다. 암컷들은 색깔이 예쁘지 않거나 비쩍 마른 수컷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수컷들이 몸에 장식을 달기 시작했다. 멋있는 갈기 수염, 우아한 뿔, 화려한 깃털 등으로. 그에 비하면 암컷들은 대부분 어두운색이거나 심지어 창백한 모습이다.


암컷이 가장 아름답고, 눈에 띄는 유형을 선택하게 되니까 수컷들의 경쟁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다윈은 이 현상을 ‘sexual selection by female choice’, 즉 여성에 의한 파트너 선발이라고 불렀다. 그의 생전에는 이 이론이 빛을 보지 못했다. 1970년대까지 생물학자들은 힘세고 공격적인 수컷이 약하고 수동적인 암컷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부터 다윈의 주장이 맞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여자이고, 남자는 꼭두각시처럼 춤추고 있다고.

암컷에 의한 파트너 선택은 진화 과정에서 가장 힘세고 매력적인 수컷의 유전자들만 살아남게 했다. 그래서 많은 동물의 수컷은 암컷보다 더 크고, 힘세고, 아름다운 색깔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도 결국에는 암컷에게 크게 이득이 돌아온 것은 없다. 수컷들은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휘파람을 불며 또 다른 파트너를 찾아 떠난다.

인간의 경우는 수컷들도 자녀 양육에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류에 비해 외모와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 여자도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화장을 한다. 다윈에 의하면 여자의 몸에 털이 적은 것도 남자들의 성적선택의 결과라고 추측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트너 선정에서 유난히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여자들이 많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제프리 밀러(Geoffrey Miller)는 남자들이 그런 이유로 예술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언어적 창의력도 밀러에 의하면 여성을 감동시키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소통에 필요한 것 이상의 어휘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남자는 낭만적 분위기에서 더 섬세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Freepik.com


유머, 음악, 패션–이 모든 것들은 다른 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결혼 시장에서 라이벌을 제치려는 시도라는 밀러의 주장이다. 조각, 회화, 오페라, 록 뮤직, 고급 요리, 금세공에 이어 미니스커트, 킬힐 구두까지–이 모든 인간의 발명품들은 다른 성에 어필하려는 목적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사랑을 갈구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인간의 정신은 다른 성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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