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20. 2016

04. 소녀 감성 물씬 ‘다락방 콘셉트’, 여심 공략

<워너비 하우스 인 제주>

신축 게스트하우스
연이네다락방

게스트하우스 기본 정보
오픈일 / 2014년 10월
위치 /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56-3
연락처 / 010-2757-8872
건물 구성 / 다락방 구조의 게스트하우스동(4인 도미토리 4개, 2인실 2개/공용욕실 및 화장실 남녀 각 1개), 주인 부부 거주용 다락방 구조 단층 건물
주차장 / 외부 2대


아늑한 다락방 창틈으로 스며드는 햇살에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는 곳, 밤하늘의 별을 한가득 품은 채 스르륵 잠드는 곳.

4인실 도미토리 4개가 모두 다락방으로 꾸며진 연이네다락방은 홀로 제주를 찾는 여성 여행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오픈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주인장 부부의 예상대로 연이네다락방을 찾는 손님의 8 0%가 여성이다. 나홀로 여성 여행객이 머물기에는 다소 한적한 마을이지만 소녀 감성을 제대로 공략한 덕분에 재방문도 끊이지 않는다.

연이네다락방이 위치한 제주 동부의 동복리는 개발의 여파가 아직은 덜 미친 작은 시골 마을이다. 주변에 펜션이 몇 곳 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단 2곳뿐. 공항에서 차로 40분밖에 걸리지 않아 제주 동부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게스트하우스 앞 바다가 모래해변은 아니지만 ‘바릇잡이’(썰물 때 바다에 들어가 바위 틈과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소라, 고둥, 낙지 등을 잡는 것)가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돌고래 떼의 군무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이네다락방은 주인장 부부가 처음부터 원했던 위치도, 마음속에 그렸던 공간도 아니었다.


경사진 땅 특성 살려 재미있는 게스트하우스 완성

연이네다락방은 주인장 부부의 신혼집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동 옆의 단층 주택이 부부의 주거 공간이다. 경기도에 살던 두 사람은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앞두고 제주도를 정착지로 결정했다. 일단 도시가 아니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제주도로의 이주 열풍이 불고 있어 두 사람도 자연스럽게 제주행을 택했다.

2013년 11월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남편 이동욱(41) 씨는 곧바로 제주로 떠나 게스트 하우스에 적합한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한 달 뒤 아내 지연 씨(37)도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두 사람이 원했던 게스트하우스의 모습은 10명 내외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조용하고 소박한 공간’. 선호 지역 1순위는 서쪽의 애월읍과 한경면, 혹은 동쪽의 평대리(구좌읍)등 3곳의 바닷가 마을이었고, 돌담이 예쁜 전통 가옥을 매입해 리모델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부가 원하는 구옥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제주 지역의 대규모 이사철인 신구간을 앞두고 있었던 시기라 한껏 기대에 부풀었는데 제주 전통 가옥의 가격이 이미 너무 올라 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부부의 예상 비용은 구옥 매입비와 리모델링 비용을 합쳐 1억 5000-2억원 선이었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구옥들은 작은 집 한 채가 1억원선, 10명 내외의 게스트를 받을 수 있는 규모가 1억 5000만원 정도였다. 마을 안쪽에 위치한 구옥이 그 정도였고, 바다
에 인접한 매물들의 가격은 훨씬 더 높았다.

비용만 놓고 따져본다면 리모델링이나 신축이나 큰 차이가 없는 상황. 부부는 더 이상 리모델링을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부터 토지로 눈을 돌려 적당한 땅을 찾아 나섰다. 동복리는 당초 염두에 둔 곳이 아니었는데 당장 건축이 가능한 토지가 매물로 나왔다기에 ‘한번 보기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찾았다. 그런데 땅을 본 순간, 한눈에 들어 다음날 바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교통이 편리했고, 약간 경사진 땅이어서 동복리 마을의 오밀조밀한 지붕들이 스치듯 보이면서 그 너머로 에메랄드빛 제주 바다도 들어왔다.

성수기 시즌에 맞춰 8월 초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할 계획이었기에 그 길로 제주시의 건축설계사무소를 찾아 설계를 의뢰했다. 부부가 짓고 싶었던 공간은 한껏 모던함을 자랑하는 집이었는데, 소박하고 잔잔한 마을인 동복리에는 그런 집이 어울리지 않았다. 생각을 바꿔 마을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고, 약간 경사진 대지의 모양을 재미있게 살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목조 주택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2개월 만에 손에 들어온 땅에는 예기치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는 토지의 일부가 방화 지구라 목조 주택 건축이 불가능했고, 두 번째는 주차장 진입로가 3m 정도로 좁았다. 건축이 가능한 대지를 매입했기에 지목 변경 없이 곧바로 신축하면 될 줄 알았는데 방화 지구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계획을 수정하자니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고, 공기 또한 맞추기 어려웠다. 지인을 통해 알아보고, 시 관계자에게도 수차례 민원을 넣은 결과 토지 일부만 방화 지구이므로 해당 부분만 제외하면 목조 건축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얻어 냈다. 다만, 주차장 진입로는 건축법에 맞게 5m로 확장해야만 했다.

건축은 직영 방식을 택했기에 제주시의 건축사를 수소문해 시공까지 총괄감독이 가능한 담당자를 찾아 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삐거덕. 관련 법규에 맞춰 설계도를 몇 차례 수정해 시의 건축 허가를 받다 보니 설계에만 이미 2개월이 소요됐는데, 시공 견적을 받아 보니 투명성이 떨어지고 자재 품질도 좋지 않았다. 제주도의 경우 건축주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터라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완공까지 신뢰할 수 있는 시공사가 필요했다. 몇 개의 시공사를 추천 받아 선 건축주들을 일일이 찾아가 평가를 들어보고 그중 평가가 좋은 업체를 새롭게 선정해 설계부터 다시 시작했다. 건축 과정도 순탄치 않아 구조물과 외벽 마감 시 세 차례 정도 담당자를 교체하는 일이 발생해 8월 초 완공 계획은 9월 말로 늦춰졌다.

작가의 이전글 09. 이타사고로 자신감을 키워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