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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20. 2016

05. 꿈에 그리던 행복한 일상

<워너비 하우스 인 제주>

신축 게스트하우스
연이네다락방


도미토리지만 다락방 덕분에 인기 만점

건축 설계 당시 부부가 머릿속에 그린 다락방 콘셉트는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게스트들의 공동 휴게 공간인 거실을 다락방으로 만들어 책을 읽거나 뒹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건축 과정에서 내부 설계가 바뀐 건 현장감독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 그 결과 4개 도미토리가 모두 다락방 구조를 갖게 됐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실제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고 보니 기대 이상으로 다락방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다. 그래서 초기 몇 개월은 다락방을 1인용으로 사용했는데 워낙 인기가 좋아 싱글 침대 2개를 넣어 아예 트윈실로 바꿨다.

대지가 바다 쪽으로 약 15° 정도 기울어져 있는 땅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계단을 넣어 객실 복도 공간으로 꾸몄다. 바다 방향으로 큼지막한 창을 내고 창 하단에 좁은 바를 만들어 놓으니 홀로 찾은 여행객들이 바다를 보며 조식을 즐기거나 그림을 그리는 자리가 됐다.

평평한 땅으로 메운 후 시공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보다는 땅의 특징을 살려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였다. 

남녀 각각의 공용 욕실과 샤워실, 화장실에서도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성별로 2칸씩 배치한 세면 공간, 샤워실, 화장실이 각각 분리돼 있어 프라이버시가 침해 될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줄였다.

다락방에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게스트들에게는 아늑한 공간이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못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목조 주택을 선택하면서 게스트하우스동의 옥상 테라스를 포기한 것과 4인 도미토리의 2층 침대가 수퍼싱글 사이즈로 커져 다락방으로 오르는 사다리의 계단 경사가 심해진 것이다. 목조 주택은 평평한 지붕을 구현할 수 없어 옥상 테라스를 꾸미고, 일광욕을 위한 썬베드를 갖추겠다는 계획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콘크리트 구조로 지을 경우 직영 신축이 어려워 30% 정도 비용이 더 든다는 문제도 있었지만 진입로가 좁아 철근을 실은 차량이 드나들기 어려웠던 것. 이 때문에 기초 공사 기간에는 마음씨 좋은 마을 이장님의 도움으로 옆집의 돌담을 임시로 허물어 5 톤 트럭이 드나들 수 있었다.


꿈에 그리던 행복한 일상

성수기에는 100% 예약률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 궤도에 올라선 게스트하우스지만 연이네다락방의 오픈 첫 달 객실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첫 달 25% 정도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해요. 최대 정원이 20명이니까 하루 12만5000원, 한 달이면 375만원이잖아요? 도시에서야 그보다 더 많은 수입이 가능하지만 대신 이곳은 돈 쓸 일이 별로 없네요. 홍보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시작이 좋은 편이어서 ‘우리는 참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해요.”

남편 동욱 씨의 말을 듣고 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부부가 홍보 마케팅을 위해 별도로 들인 비용도 없다. 유일한 홍보 수단이 있다면 땅 구입 후 첫 삽을 뜨면서부터 시작한 블로그였다. 시간이 지나고 콘텐츠가 쌓여야 방문객이 증가하는 블로그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오픈 당시 블로그 방문객이 많지 않았을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유료 광고나 파워 링크 등은 내키지 않아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블로그 방문자를 대상으로 한 후기 이벤트, 게스트하우스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평가 이벤트 등을 3-4차례 진행했다. 기대와 달리 이벤트의 성과는 제로.

오히려 이런 방법보다는 연이네다락방 주변의 여행 코스, 맛집, 가 볼만한 곳 등 여행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면서 블로그 방문자수도 증가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방문 고객의 입소문이 가장 주효하게 작용했다.

두 사람이 모든 객실을 책임져야 하니 무척이나 바쁠 듯한데 과연 두 사람은 기대만큼의 소박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까?

하루 일과는 생각보다 여유롭다. 조식은 게스트가 직접 만들어 먹는 셀프 토스트니 빵과 야채, 음료 등만 준비하므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하고, 퇴실 후인 오전 10시경부터 2-3시간 정도 청소를 한다. 초기에는 둘이서만 하는 통에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청소를 도와주는 분이 있어 한결 나아졌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처럼 스태프를 둘까도 검토했지만 오히려 더 불편만 가중된다고. 객실 하나를 스태프용으로 내주는 건 문제가 없으나 별다른 취사 시설이 없어 삼시세끼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옆 건물의 주인장 부부가 스태프까지 늘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다.

12시 30쯤 청소가 끝난 후부터 입실 시간인 오후 4시 이전까지가 두 사람의 자유 시간이다. 비수기에 오픈해 6개월여의 시간 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은 덕분인지 극성수기라는 7월 중순에 만났음에도 부부의 표정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떠돌던 유기견에서 연이네다락방의 마스코트가 된 ‘똘복이’와 더불어 두 사람을 꼭 닮은 2세가 마당에서 함께 뛰노는 행복한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섬·시골 생활에서 나만의 취미 하나 정도는 필수!

이들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도시 외곽에 살고 싶어 했다. 비슷한 성향이니 결혼도 했겠지만, 굳이 제주도가 아니더라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원했는데 그곳이 제주였던 것이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의 시골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자신만의 취미가 있다면 여유롭게 즐기며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 아내는 바다에 나가 보말껍질 등을 주워 와 냉장고 자석도 만들고 쿠션 등 집안 소품 등을 만든다. 겨울에는 귤이 넘쳐나니 귤잼을 만들어 조식으로 내놓는다. 서울에선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까지 즐길 수 있으니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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