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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4. 2017

07. 100세 시대, 돈은 얼마나 필요할까?

<100세 시대>

우리가 과연 퇴직 전 소득의 50% 미만인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퇴직을 맞이할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퇴직 전 소득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적은 금액으로? 이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당신은 얼마나 오래 살지, 퇴직 이후에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도 잘 모른다.


당신이 현재 생활비가 얼마나 드는지, 어디에 드는지를 생각해보라. 퇴직 이후 시간은 많고 일은 없는 상태에서 생활비가 얼마나 필요할까. 처음에는 이 문제가 간단해 보인다. 지금 휴일에 무엇을 하는지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이는 훌륭한 지표가 아니다. 휴일은 당신이 일시적으로 쉬는 것이지 생활 방식이 영구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당신이 퇴직 이후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즐기고 싶은지를 정말 알 수 있을까.

아마도 당신은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100%보다 낮은 연금 대체율을 가정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퇴직하고 나면 일과 관련된 지출(교통비, 의류비)이 줄어들고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의뢰했던 활동(요리, 집 안 물건 수리)을 할 시간은 많아진다. 또한 쇼핑을 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해 쿠폰이나 각종 혜택을 찾는 일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나이가 60대 후반에 이른 사람들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그들은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의 할인 쿠폰을 사용하여 40대 후반 사람보다 4%를 덜 내고서 제품을 구매한다. 이는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들리지만, 연금 대체율이 50%라는 관점에서 보면 의미 있는 차이다.

퇴직하면 여가 활동에서 주요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시간이 많아지면 여가 활동에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사람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투자하면서 시간을 더 잘 활용하려고 한다. 그들은 친구,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정도 길고 여유 있게 잡는다. 해가 지는 모습도 바라보면서 말이다. 어쩌면 당신은 『뉴욕 타임스』에 글을 싣는 행복한 퇴직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당신은 퇴직하면 아주 적은 돈으로도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다. 소중한 것을 빼앗기지 않고도 말이다… ‘부유함’이 이처럼 소박한 즐거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내가 진즉 알았더라면, 나는 훨씬 더 일찍 퇴직했을 것이다.”

당신이 퇴직할 때,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가정을 떠날 것이다. 실제로 16세 이상의 자녀 둘이 가정을 떠나면, 과거 지출의 60%만을 가지고도 예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사진:  Freepik.com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조정이 필요하다. 첫째, 의료비가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장수하면서 병에 걸려 있는 기간이 짧아질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조너선 스키너(Jonathan Skinner)가 말했듯이, 퇴직 이후를 대비한 저축은 궁극적으로는 힐튼 헤드 섬의 골프 콘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휠체어 승강기, 간병인, 고급 요양원을 위한 것이다. 퇴직하고 나서도 다른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자녀 혹은 손자를 위해 대학 학자금이나 결혼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집이나 자동차를 장만하는 데도 일정한 비용을 보태야 한다.

우리는 연금 대체율 50%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특히 중산층에게는 이 수치가 적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설문 조사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당신이 퇴직하고 나면 매달 최소한 어느 정도는 지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직접 물었다. 응답자 중에서 가장 가난한 집단은 연금 대체율이 100%는 넘어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가장 부유한 집단은 54%였고 네덜란드에서는 63%였다. 2004년 영국 연금위원회도 고소득자(연간 4만 파운드 이상 소득자)를 대상으로 연금 대체율50%를 기준점으로 잡았다.

우리는 이러한 연금 대체율이 합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것이 보수적인 가정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퇴직자 1만6천 명을 상대로 실제 연금 대체율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3분의 1정도가 100%를 넘었으며, 4분의 1은 75~100%, 또 다른 4분의 1은 50~75%인 것으로 나타났다. 21%만이 50%이하의 연금 대체율을 보였다. 다시 말해 퇴직 이후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으니 일을 잠깐 쉬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이 대부분의 퇴직자와 같다면, 퇴직 이후의 생활에 대비하여 저축을 더 많이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미래의 연금과 소비뿐만 아니라 현재의 소비 습관도 고려해야 한다. 삶의 어떤 단계에서도 높은 수준의 소비를 하던 사람이라면, 퇴직 이후로 낮은 수준의 소비에 적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소비를 통해 얻는 만족은 현재의 소비 수준만이 아닌 과거의 소비 수준에도 달려 있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 따라서 지금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저축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소비를 절제하여 퇴직 이후로 소득이 줄어들었을 때도 생활에 만족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가 연금 대체율 50%를 가정한 것에 대하여 경고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다. 우리는 당신이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계산을 했다. 만약 당신이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월세를 내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연금 대체율을70~80%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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