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삼성 인재경영의 모든 것>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관한 한 IMF 외환위기 이후 삼성이 가장 공격적으로 서구식 성과주의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현장에서 적용했고 그 효과도 톡톡하게 보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핵심인재에 대한 성과주의의 적용은 어느 회사도 금방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으로 운영해왔다. 과감한 성과주의와 보상제도를 통해 회사의 체질을 바꾸고 공격적인 풍토로 전환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전 세계의 고급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핵심인재들을 대거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오고 있다. 성과주의가 왜곡돼 근시안적 단기 성과 중심으로 흐르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 높은 성과를 지향하는 성과주의는 경영의 핵심 본질이다.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성과 향상을 계속 시도하고, 그중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한 기업이 시장에서 더 큰 보상을 받음으로써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자유시장 경제의 원리다.
이 성과주의 대원칙은 자유시장 경제를 믿는 사람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구체적 실천 방안에 이르면 성과는 결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특히 성과 향상을 위한 제도가 효과를 볼지 여부는 극도로 모호하다. 성과는 수익성만 따져봐도 자산 수익성, 투자 수익성, 매출 수익성, 주가 수익성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이들은 서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 유형 간 불일치가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단기 성과와 장기 성과 간 충돌이다. 단기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불확실한 미래지향적 투자를 없애고 현재 강점을 가진 사업이나 역량을 선택하여 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장기 성과의 기반을 상실해 결국 위기를 맞게 된다. 반대로 장기 성과를 높이는 과감한 미래지향적 창조 혁신은 불확실성과 실패 위험이 커 단기성과에 부담을 준다. 따라서 이상적 경영은 장단기 성과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 성과는 효율성과 선택 집중, 장기 성과는 창조와 혁신이라는 정반대 논리를 가지고 있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업은 드물다.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앞으로의 성과주의는 지식, 상상력, 열정, 소명의식, 도전정신 등이 동시에 필요한 요소이며, 무수한 실패가 동반된다. 따라서 일시적 실패를 처벌해 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시대착오적 단기 성과주의가 아니라 오뚝이처럼 계속 다시 도전해 기어이 창조적 혁신을 성공해내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은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과감하게 미래에 도전하는 창조 혁신의 영웅들이 필요한 21세기다.
여하튼 IMF 이후 급격하게 서구에서 들여온 성과주의가 한국 기업에 도입되면서 경영 효율과 기업은 물론 개인들의 경쟁력을 높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이 바람직한 모델일까?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012년 4월 취임하면서 “따뜻한 성과주의를 통해 ‘사람이 미래’라는 전략을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강력한 기업문화 구축을 통해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두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따뜻한 성과주의를 “구성원의 끝없는 경쟁과 도태가 반복되는 냉혹한 성과주의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커가고 또 키워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며 성과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그룹도 과도한 경쟁 위주의 성과주의와 보상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삼성 그룹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여 성과 보상에 있어서 개인 격차를 크게 뒀던 것을 2010년부터 대폭 완화시키고 있으며 ‘창조적 성과주의’라는 이름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두산은 1993년 국내에서 최초로 연봉제를 도입했고 삼성은 1995년부터 연봉제를 본격 실시했다. 두 그룹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에 화두를 던져준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지나친 금전적 보상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고도 성장기와 제조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는 물질적인 보상이 큰 힘을 발휘했지만 창의와 창조, 융복합의 시대에서는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내재적 동기에 의한 자발적 몰입에 대한 주장이 최근 학계에서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