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유럽의 광장을 떠올려보자. 대부분의 유럽 도시가 그렇듯이 큰 교회나 성당을 중심으로 광장이 있고, 그 주변에는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물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햇빛을 받으며 식사할 수 있는 노천 테이블이다. 여기까지는 아마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럼 하나의 노천 카페를 집중해서 떠올려보자. 그리고 노천 카페를 공간별로 나누어보자. 입구, 테이블, 복도, 화장실…. 이 중에서 테이블의 배열 상태는 어떠한가? 무엇이 달랐는가? 아니면 무엇이 새로웠는가? 유럽의 노천 카페는 대부분 테이블이 광장 안쪽을 향한 배열을 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서로 마주 보고 앉는 배열보다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치 극장 의자처럼 광장을 향해 배열되어 있다. 한낮의 햇볕을 즐기는 것이 음식을 먹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광장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풍경을 감상하며 오후 한때를 즐기고 싶어 하는 그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이다. 그냥 ‘카페가 거기서 거기지’라는 일반적인 시각을 가지고 보면 이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 그중에서 이탈리아의 노천 카폐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내가 이탈리아로 사용자 조사를 갔을 때의 일이다. 이탈리아의 여느 광장 노천 카페가 그렇듯이 커피와 차를 즐기는 현지인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도 나누어 보기의 결과 재미있는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아침과 오후에 마시는 커피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광장 노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를 떠올린다면 대부분이 카푸치노를 떠올릴 것이다. 상당히 낭만적이다. 실제로 오전과 오후를 막론하고 카푸치노를 주문해서 마시는 여행객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반면 현지인은 오전에는 카푸치노를 마셨지만 이후 시간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흥미로웠다. 그래서 현지인에게 왜 그런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습관적으로 그렇게 할 뿐 이유는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동행했던 이탈리아 에이전시 직원은 아마도 아침에는 우유가 들어 있는 카푸치노가 아침식사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이를 즐겨 마시고, 오후엔 커피만 마시는 문화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했다. 어쨌든 이탈리아를 대상으로 어떤 제품과 서비스 콘셉트를 만든다고 한다면, 이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성공적인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큰 것 못지않게 작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 눈을 크게 뜨고 익숙한 환경에서 작은 차이점을 찾아보고 왜 그런 차이가 일어나는지 원인을 밝혀보자. 그곳에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위한 소중한 단서가 놓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