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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6. 2017

03. 동물 간에도 진정한 우정이 있을까?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

동물 간에도 진정한 우정이 있단 말인가? ‘우정’이라는 단어는 행동생물학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하였다. 그리고 이 개념을 동물에게 적용하기에는 그 단어가 너무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많았다. 만약에 동물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면 학자들은 그들이 가족 관계라고 추정한다. 가족 간의 끈은 생존 기회 면에서나 유전적으로나 번식 면에서도 유익한 것이다. 예를 들면 코끼리 가족의 암컷들은 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언니와 여동생 관계나 엄마와 딸 관계는 오래 유지된다. 그들은 힘들 때 서로 돕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가족이 아니면서도 동종과의 사회적 유대를 지속하는 동물들의 자료가 점점 쌓여가고 있다. 코끼리를 시작으로 기린에서 비비원숭이와 까마귀까지. 우간다에서 28마리 침팬지 수컷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 그중 26마리가 한 마리 이상의 수컷과 5년 이상 친구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원숭이들이 가족이 아닌 다른 수컷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근간에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우정’이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그들은 동물들의 우정이 인간들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동물은 자기들이 친구 사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까?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같이 지내는 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동물은 자기가 선호하는 타입을 골라서 친구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무조건적인 이타적 우정이 그들에게 존재하는 것일까? 동물의 우정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추측되어 왔다. 이런 상호주의 원칙은–네가 나를 도우면, 나도 너를 돕는다–생물학에서는 이미 뿌리내린 개념이다.

네덜란드 행동생물학자 요르크 마슨은 2010년 마카카원숭이 간의 우정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원숭이들의 상호주의를 연구했다. 한 원숭이가 아침에 친구의 이를 잡아주면, 그 친구는 바로 그날에 친구가 싸울 때 편을 들어주느냐? 마슨은 그들이 그렇게 계산적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카카원숭이는 친구 사이에 매우 관대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라고 마슨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때 그의 연구센터를 방문했었고 그는 원숭이를 관찰하고 있었다. “내가 술집에서 돈이 없으면 친구가 당연히 돈을 내주지요.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지요. 우정은 오래 유지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오랫동안 투자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 관계입니다.”

동물들이 이기심 없이 친밀하게 행동하는 것, 즉 나중에 돌려받겠다는 계산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자연적으로 이런 정신의 매커니즘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두 친구가 궁극적으로 오랫동안 주고받는 것을 따지지 않아도 우정 어린 관대한 자세는 그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요르크 마슨과 그의 동료들은 사회적 동물은 일반적으로 무조건적인 우정을 맺고 자신이 친구에게 베푼 것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교제는 무엇보다 상대를 향한 그들의 감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종 사이에 계산적인 교제를 하는 동물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그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는 사람이 다른 동물과는 달리 아주 많은 타인과 섞여 살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타인이나 잘 모르는 사람과의 교제에는 절대적인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된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또는 그가 나를 이용해 먹을지 누가 알겠느냐? 친절하게 대하면 상대방에게서 얻을 것이 생기지 않겠는가? 동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한 무리의 일원이고 그래서–좋든 나쁘든–서로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좋거나 나쁜 관계를 토대로, 누구를 도울 것인지 아니면 돕지 않을 것인지, 누구와 먹이를 나눠 먹을지,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낼지를 결정하게 된다.

우정은–조건 없고 순수한 감정에 기초하는–많은 여러 종류의 사회적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면 그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남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생존 경쟁 면에서 볼 때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친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몇 년 전 모로코 아틀라스 산맥에 혹독한 한파가 몰아닥쳤다. 엄청난 눈으로 인해 땅은 오랫동안 얼어붙었다. 그곳에 살고 있던 베르베르 원숭이(북아프리카산 꼬리 없는 원숭이) 47마리 중 30마리가 굶거나 얼어 죽었다. 살아남은 17마리의 원숭이들은 서열이 높은 층의 원숭이가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가 가장 큰 그룹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서로 부둥켜안고 추위를 견디며 같이 먹이를 찾아다녔을 것이라고 영국과 남아프리카 학자들은 추정한다.

혼자보다 여럿이 같이할 때 더 많은 것에 도달할 수 있다. 만약에 암컷과 수컷이 서로 친구가 된다면 그것도 각자에게 득이 되는 행위가 된다. 교미기가 되면 마카카원숭이 암컷과 수컷들 사이에는 많은 친구 관계가 생겨나는데 이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이다.

고독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와는 반대로 친구와의 교류는 안정을 가져다준다. 원숭이들은 싸움이 있고 난 뒤에 서로를 위로한다. 비비원숭이를 연구한 결과, 그들은 격려를 받은 후에는 다른 동료들보다 덜 쥐어뜯거나 긁어댔다. 친구가 없는 비비원숭이들이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방증인 것이다. 친구는 좋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좋은 느낌은 심지어 생존에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친구가 많은 비비원숭이는 친구가 없는 동료보다 수명이 훨씬 길었다고 미국의 인류학자인 조앤 실크(Joan Silk)는 밝히고 있다.


원숭이학자인 로버트 세이파스(Robert Seyfarth), 도로시 체니(Dorothy Cheney)와 조앤 실크는 무리에서 높은 서열을 가지는 것보다 좋은 사회성을 가지는 것이 건강과 후손 번식에 있어서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밝힌다. 하지만 누구나 네트워크에 알맞은 것은 아니다. ‘친절한 비비’ 스타일은 거의 모든 무리의 동료들과 교류하는 부류로 가장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내성적인 비비’ 스타일은 네트워크 범위가 그보다는 좁지만 안정적인 친구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외톨이 비비’ 스타일은 새끼가 없는 아가씨들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안정적인 친구 관계가 없다. 친절하고 사회성이 높은 원숭이는 기대 수명도 높고 새끼도 가장 많이 낳았다. 고독한 원숭이는 혈중 스트레스 지수가 제일 높고 후손도 가장 적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좋은 친구들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번성한다. 그리고 그들도 영혼의 동반자로서 친구를 잃을 때 슬픔을 느낀다. 2002년 엘링턴이 죽자 헤어와 엘링턴의 우정은 끝났다. 원숭이 무리에서 좋은 사회성을 보이던 헤어는 수 주 동안 구석에 처박혀서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아무도 죽은 친구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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