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R>
“아직 집에 참기름이 떨어진 건 아닌데, 이 참기름이 좋은 것 같아서 주문했어요. 유기농이기도 하고, 전에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참기름 맛이 날 것 같기도 하고 해서요. 대기업에서 파는 참기름은 그 맛이 안 나거든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 반응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나도 저런 경우가 있어.’ → 공감
‘흠, 저 정도면 쇼핑 중독 아니야?’ → 판단
‘고객이 품질 좋은 물건을 선호하는구나.’ → 발견
하지만 이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디자인 이노베이션을 위한 고객 연구를 진행할 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디자인 이노베이션은 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더하여 혁신을 위한 고객 인사이트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이노베이션 플로우는 원인을 이해하고 대안을 만드는 과정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위의 고객 답변이 나오게 만든 질문의 유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질문의 유형은 “온라인 쇼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가 아니라 “여러분은 어떻게 온라인 쇼핑을 하시나요? 직접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세요”의 형태일 것이다.
다양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런 질문 형태가 고객 인사이트 발굴에 대단히 유리하다. 그 이유는,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되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의 생각은 이성적으로 유사성을 가지지만, 고객의 행동은 각자 행동의 동기에 따라 (우리가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차별성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디자인 이노베이터와 디자인 싱커는 바로 그 차별성에 초점을 두고 고객을 연구해야 한다. 차별적 행동의 동기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일반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하게 되고 그 포인트에서부터 고객 인사이트 발견이 시작된다.
디자인 이노베이션을 위한 고객 연구에서 고객 관찰이 중요하고, 고객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진, 동영상 자료가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가 비효율적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연구는 효율보다는 그 효과에 집중해야 하고,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더 효율적이다. 효율 추구를 위한 반복적 실수(비슷한 조사를 다수 진행하게 되는)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고객 인터뷰 내용(온라인 쇼핑 관련 비이성적 행동)을 가지고 그 행동 동기를 생각해 보자. 시작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이다.
답변 사례:
1. “온라인 쇼핑을 통해 지인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돈독하게 하고 싶어요.”
→ 온라인 쇼핑의 이유는 관계 유지 – 관계 유지를 더 잘하게 하려면 디자인 이노베이터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2. “남들에게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이고 싶어요.”
→ 온라인 쇼핑의 이유는 불안감 해소. 불안감의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음 –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디자인 이노베이터는 어디서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3. “내 생활의 수준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내 취향에 맞는 소비를 온라인 쇼핑에서 하고 싶어요.”
→ 나를 알아주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기대 – 디자인 이노베이터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이제 디자인 이노베이션의 방향이 기존의 개선(온라인 쇼핑) 방향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고객의 비이성적 행동에 집중하면 새로운 이노베이션의 방향(고객 인사이트)을 발견할 수 있다.